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는 분들이 많아졌을 텐데요. 여름 맥주 소비량 증가와 함께 집에서 간단히 즐기는 혼술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편승해 주식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있습니다.
‘수제맥주 1호’ 상장사 타이틀을 가진 제주맥주가 대표적입니다. 올 1분기 경영권을 넘긴 제주맥주는 얼마 전 ‘감자 결정’ 공시를 내며 또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제주맥주 사례를 통해 주식 감자(減資)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제주맥주, 감자 소식에 주가 널뛰기
제주맥주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에서 보통주 4685만2873주를 감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주가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 가까이 하락했고, 장 중에는 전장대비 -15~8%를 널뛰기도 했습니다.
1주당 액면가는 500원, 자본금은 기존 292억8304만5500원에서 58억5660만9000원으로 줄어듭니다. 발행주식수도 감자 전 5856만6091주에서 1171만3218주로 감소합니다. 감자비율은 보통주 80% 수준입니다.
감자방법은 기명식 보통주 5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로 이뤄지며,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감자를 추진하기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19일로 예장됐습니다. 이후 8월 2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신주상장은 8월 27일로 예정됐습니다.
이처럼 제주맥주가 감자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자본잠식 우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제주맥주는 867억원의 결손금으로 사실상 부분 자본잠식 상태이며, 올 1분기에도 10억6000만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적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감자 카드를 꺼내든 겁니다.
실질적인 유상감자 vs 형식적인 무상감자
감자는 경제·회계용어로 자본감소를 의미합니다. 주식회사가 매각·분할·합병 또는 재무 개선·사업 보전 등을 목적으로 이뤄집니다. 실질적으로 한계 상황인 회사가 결손을 보전하려고 하거나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을 경우 상장폐지를 벗어나기 위해 무상증자를 추진합니다.반대 개념으로는 ‘증자(增資)’가 있지요. 감자는 증자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주로 악재로 인식되는 만큼 현행법상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 감자 결정을 하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감자 방식은 크게 유상감자와 무상감자로 나뉩니다.
유상감자는 기업이 자본금을 줄이거나 회사를 합병할 때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현금으로 되돌려 주고 사들인 주식을 소멸시킵니다. 그러면 자본금은 줄어들고, 주주 보상금만큼 기업의 총자본도 감소하게 됩니다.
주주들에게 각자 보유한 주식 가격의 일부를 되돌려주기 때문에 보상개념이 강하고, 과대 자본을 정리할 때 주로 활용됩니다.
무상감자는 주식 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낮추거나 일정비율로 병합 또는 소각해 숫자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재무제표에서 자본항목만 바뀌며 자본잠식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집니다.
이밖에 주주 모두에게 균등한 비율로 감자하는 균등감자, 대주주에게 더 높은 감자비율이 적용되는 차등감자 등이 있습니다. 방법도 소각, 병합, 절기, 환급 등으로 구분 짓습니다.
악재인 듯 악재 아닌 악재 같은 감자
주주에게 기업의 감자 발표는 대부분 청천벽력과도 같지만 이론적으로 기업가치 상승 효과와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집니다.예를 들어 감자를 발표한 기업이 발행된 주식 1000주 중 절반을 사서 소각할 경우 유통주식수는 절반이지만 기업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주식가격은 2배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자본금 100억원, 이익잉여금 100억원인 기업이 총자본 200억원 중 50%를 무상감자한다면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줄고 이익 잉여금은 150억원으로 늘어나는 감자차익이 발생합니다. 이를 통해 결손금을 보충하고, 잉여금까지 만들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