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예정돼 있지만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부자 감세'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 비중이 적고 주가연계증권(ELS)·차액결제거래(CFD)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 위주로 투자를 많이 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오히려 세금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파생결합증권 상품에 거액을 투자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의 경우 최고세율 부담까지 절반으로 완화된다.
사모형은 약 2조3451억원을 발행, 일부 증권사는 이를 리테일화해 고액 자산가들에게 팔고 있다. 고객 요청에 따라 상품의 지수 결합 방식, 만기 기간 등을 맞춤 조정 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한다.
ELS와 ELB는 파생결합상품으로 지난해 이슈가 됐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HSCEI)를 비롯해 코스피2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닛케이225 등을 담은 상품이다. 3~4개 지수를 동시 추종, 연환산 13%~17%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상품 만기는 ELS는 3년, ELB는 1년 안팎으로 조기상환 이점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H지수 사태로 전체적으로 ELS 투자율이 내려갔지만, H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지수로 구성된 상품은 여전히 인기이며 재투자율도 높다"고 했다. 그 밖에도 ELW, 선물, 옵션, 차액결제거래(CFD) 등도 파생결합증권에 포함된다.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는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게 되면 금융소득이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될 경우 누진세율(6~45%)이 적용돼 고액자산가의 경우 최고세율인 49.5%까지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금투세가 적용될 경우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은 수익에서 250만원을 선 공제한 뒤 세율(20-25%) 적용한 세금을 내게 돼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금투세로 인한 세 부담 여부를 차지하더라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파생결합증권 상품이 분류과세된다면 27.5%(지방세 포함)까지만 과세된다"며 "금융 소득 2000만원이 넘어야 종합 과세 적용을 받는데, 파생결합증권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이자 배당 소득은 전혀 공제 되지 않았는데 금투세 적용 시 수익의 250만원까지 공제돼 투자자들은 확실한 세 혜택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ELS와 같은 파생결합증권 상품 외에도 펀드로 분류되는 해외 주식형 펀드 역시 분류과세돼 최고세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환매 부담도 줄어든다. 주식 외에도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소유한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금투세로 인한 타격은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등 주식 외 다른 자산이 더 많은 금융소득종합 과세자는 내심 금투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라면서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폐지된다면 자산가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을 더 늘리고, 주식은 해외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은 상위 10%가 자산 90%를 보유하고 있다”며 “연말마다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것처럼 금투세 도입 이후에는 펀드까지 모두 중도 환매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국내 증시 밸류업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금투세가 부자증세가 아닌 부자감세로, 중산층과 2030 세대에게 더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자들은 주식 외에도 부동산 등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이 다양하지만 중산층과 2030은 투자 비중이 주식으로 몰려 있어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국내 주식을 하는 이유는 매매차익에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000만원 과세 구간에 안 들어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누구든 5000만원 혹은 그 이상 벌기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며 "금투세가 근본적인 계층 사다리를 끊을 수 있어 현실에 맞는 제도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