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tvN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에는 201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모친을 살해한 강준수씨(가명)가 출연했다.
강씨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모친이 학업성적에 대해 압박을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맞는 매가 변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춰서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또 강씨는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졌는데, 피 나면 빨아야 하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빨지도 않고 계속 그걸 입고 맞았다”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이 맞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외도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자, 엄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강씨는 어느 순간 공부도 싫어졌고, 외고 입시에도 떨어졌다. 그때부터 7번 아이언 골프채가 매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자포자기한 강씨는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고, 학부모 입시 상담 날짜를 알게 된 날 범행에 이르렀다. 강씨는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달력에 적힌)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을 보고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처음에는 (안방)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 냄새가 나서 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켜고 살았다. 죄책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라며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5년 출소한 그는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언젠가 두 아이에게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도하기도 하고, 각오도 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지금 열여덟의 저와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