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바햐흐로 'AI 난세' …영웅은 나올 것인가

2024-06-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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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다음 3개의 장면은 최근 1년 반 새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붐의 상징적인 현상을 예시한 것이다. ‘AI 임팩트’, ‘AI 에브리싱’ , ‘AI 만병통치약(panacea)’ 등 AI에 대해 다양한 태그가 붙여지고 있다.
 
#장면 1
지금 세계의 IT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최고 관심은 오는 25일 출간되는 저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의 논픽션 책이다. 책 제목은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 우리가 AI와 합쳐질 때>이다.

이 책은 지난 2005년 베스트셀러인 <특이점이 가까워졌다: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의 후속편이다. 커즈와일은 2029년에 AI가 인간 지능에 도달하고 2045년에는 인간과 합쳐져 '특이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전 저서의 두 가지 주요 날짜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05년 처음 출간된 저서는 기하급수적인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술 발전에 대한 그의 예측은 대부분 실현되면서 AI, 지능형 기계, 생명공학 등의 개념은 이제 대중에게 널리 친숙해졌다. 커즈와일은 이번 새 책에서 2029년까지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는 1999년의 예측을 평가하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지능을 백만 배 확장하고 인간의 삶을 영원히 변화시킬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살펴보는 등 싱귤래러티를 향한 진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나노봇과 같은 장치를 통해 원자 단위로 세계를 재건하고, 현재 120세라는 수명 한계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수명 연장, 두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해 지능을 재창조하는 방법, 기하급수적인 기술이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빈곤과 폭력 감소 등 웰빙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는 방법, 재생에너지와 3D 프린팅의 성장 등을 주제로 다룬다. 또한 생명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가 고용과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의 신간이 과학과 앞으로 다가올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최고의 공헌작이 될지 세인의 관심은 벌써 뜨겁다.
 
# 장면 2
대화형 AI '챗 GPT'로 생성 AI 개발을 주도하는 오픈 AI가 지난달 13일 최신 AI 'GPT-4o(오)'를 선보인 이래 애플과 구글 등 미국 IT 대기업들이 일제히 생성 AI 신기술을 발표했다. 생성 AI를 스마트폰이나 PC에 탑재할 계획을 설명하며 소비자들이 최신 기술을 어떻게 먼저 사용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음성 기술인데, AI로 스마트폰이 '의인화'되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개발자들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의 사례로 강조한 것은 음성 기술이다. 최신 생성 AI는 사람이 말을 걸면 최단 0.2초 만에 반응한다. 사람 간 반응 속도에 가까워 스트레스 없이 대화할 수 있다.

2022년 11월 채팅 GPT가 등장한 지 1년 반 만에 생성 AI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 5~6월 미국 IT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개최한 기술 개발 행사는 그 '현주소'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자리가 됐다. 우선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음성으로 AI와 대화하고 스마트폰과 PC를 움직이는 사용법이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기술 행사를 연 애플은 아이폰의 음성지원 기능인 '시리'를 생성 AI 탑재로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생성 AI가 아이폰의 메일에서 비행기 스케줄을 파악해 실시간 항공 정보를 조회하고, 데이터에서 즉각적으로 답을 끌어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윈도' PC와 태블릿PC에 생성 AI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탑재된 PC는 몇 초 만에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40개 이상에 달한다. 생성 AI로 음성 입력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액정 화면과 문자 입력을 기본으로 했던 스마트폰과 PC의 사용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기술 발표는 로봇과 자동차의 사용법도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 하드웨어에서도 손을 쓰지 않고 음성으로 조작하는 장점이 살아있다.

AI 반도체 메이커인 엔비디아는 로봇 개발에 사용할 체계를 발표했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채팅 GPT를 사용해 대화하는 강아지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AI 등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스타트업의 개발에 힘을 보탠다.

오픈AI 챗GPT의 최신 기술은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채택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은 이미 자사 차량에 채팅 GPT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행사 발표에서 '엣지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PC 등 하드웨어에서 생성 AI를 사용할 때 클라우드를 경유하지 않고 단말기에서 정보처리를 완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엣지 AI 도입을 뒷받침하는 것은 반도체 등의 기술 혁신이다. 각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AI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단말기에 탑재하면 원활한 AI 작동이 가능해진다.
 
#장면 3
지난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벤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토론에 참석한 것이었다. 교황은 인공지능(AI)에 대해 군사적 이용 등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한 뒤 국제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AI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간이 자신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윤리적인 관점에서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교황이 굳이 관례를 깬 것은 AI에 대한 위기의식의 강도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황은 최근 몇 년간 AI를 이용한 무기나 선거 개입 등 악용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교황청은 2020년 투명성과 책임, 공정성 등의 원칙을 정한 문서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요청'을 발표했다. 교황의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내용이 담긴 G7 정상선언문이 발표됐다.

이 같은 3개 장면은 지금이 AI 난세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AI 활용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2024년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경영진이 'AI'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기업의 비율은 40% 이상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AI 계획을 언급하면서 AI 분석을 활용해 고객마다 다른 니즈에 맞는 제안을 내놓았다. 스타벅스는 시스템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맥도날드는 구글과 손잡고 올해부터 생성 AI를 매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고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신사 T모바일 US는 간접 부문 인력을 AI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생성 AI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CB인사이트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하면 생성 AI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은 4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37개에 달해 지난해 같은 시점의 20개보다 1.9배 늘었다. 2023년 4월 말 기준 AI 유니콘의 90%는 미국 기업이 차지했지만, 최근 1년간 유니콘이 된 17개 중 10개는 미국 외 지역에 주요 거점을 두고 있다. 자금 제공자는 미국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기술 대기업들이다. 차세대 유망 기술을 노리는 움직임이 기업 가치 평가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까지 AI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15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력을 대체하는 AI가 일의 효율성을 단숨에 높이고, AI에 업무를 맡긴 노동자는 남는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AI 혁명'의 핵심이다.
여기서 가장 유념해야 할 대목은 AI 운영의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비와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나 다운스트림 기업이 부담할 것인가. 기술 발신자인 IT 기업이나 인프라 기업이 부담할 것인가. 비즈니스의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업종을 넘나드는 종목들이 유망주로 줄줄이 등장하는 AI 시장의 '제2막', 다시 말해 AI 혁명의 영향력에 걸맞은 역동성을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AI 혁명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기술개발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제 사회 적용은 '입구'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수백만 가지 작업에 대응하는 ‘범용 AI(AGI)’라고 불리는 AI가 언제 등장하느냐다. 지금의 생성 AI는 음성이나 번역과 요약 등 특정 기능에 몰려있다.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지난 4월, 2025년 말경에는 AI가 가장 똑똑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현이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인간의 지능을 통째로 대체할 수 있는 범용 AI가 나오는 시기가 진정한 AI 혁명이 일어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각 업체들은 AI의 용도 개척을 진행하면서 부분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간을 대체할 범용 AI에 대해서는 규제와 윤리 문제라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업계 차원의 안전 기준 마련을 통해 각 사가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생성 AI 활용은 아직 미진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비약적인 생산성과 창의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생성 AI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즉 현재의 업무나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생성AI를 전제로 업무 내용과 비즈니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의 새로운 가치와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흔들림 없이 챙겨야 할 화두는 ‘AI 혁명시대의 신산업 성장 전략’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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