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을 원칙으로 내세운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비롯해 8월부터 분기 단위 전망 발표,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열 확대,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유동성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이다.
직원들에게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똑똑한 이단아'가 돼 줄 것을 주문했다. 잘못된 길이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있을지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고통과 논란을 실력으로 이겨 내자는 각오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의 성공적 수행 외에도 한은이 앞으로 마무리해야 할 사업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 총재는 "겸손한 자세로 경제 예측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며 "천천히 서두름의 원칙을 되새겨보겠다"고 강조했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만큼 전반기에 뿌린 씨앗들이 결실을 맺도록 주력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금리 수준 향방 선제적 안내) 시계열 확대에 앞서 "계획했던 대로 8월부터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된 경제 전망을 발표해 분석 능력을 제고하고 시장과 소통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후 2022년 10월부터 한국형 점도표를 도입해 실험 중이며 최근에는 시계를 6개월, 1년 등으로 확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 총재는 "현재 금융통화위원의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견해를 공개하고 있는데 위원들과 함께 이런 방식의 효과와 장단점 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준거로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장려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의 유효성을 높이고 관련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유동성 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한은법 개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직원들을 상대로는 너무 조용하다는 의미의 별칭인 '한은사'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자고 격려했다. 한은은 최근 외국인 돌봄 관련 최저임금 차등보고서 등을 공론화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총재는 "법적 권한이 없는 한은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논쟁과 비난을 두려워하고 피하면 늘 그 자리에 머물 뿐 발전적 변화는 요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 제언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