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무료 환전 서비스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4대 은행에 이어 다음 달 NH농협까지 여행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다. ‘환율 우대 100%’인 만큼 은행들은 사실상 남는 수익이 없지만, 기반 고객 확대를 위한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중 여행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체크카드나 외화통장 등 어떤 형식을 갖출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료 환전 기능을 지원하는 트래블 카드가 수익이 나지 않는 데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금융권은 지적한다. 현재 환율 우대 100%를 적용하며 모든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없는 처지다. 이는 사실상 은행 몫의 이자가 붙지 않는 ‘기준 환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통상 환전 시에는 기준 환율에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붙어 은행이 수익을 가져간다.
외화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재환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를 재환전할 때 하나은행 트래블로그와 국민은행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만 수수료 1%를 부과한다. 다만 이때 소비자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체크카드 운영을 위해 협업 중인 각 카드사로 넘어간다.
재환전의 경우 환율 우대 100%가 아닌 곳도 있지만, 역시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재환전 환율에 적용하는 가산금리가 대부분 1% 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소비자가 해외여행 후 남는 외화 잔액도 많지 않아 재환전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적다. 현재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이 재환전에도 환율 우대 100%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선 올해 말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여행 특화 서비스 경쟁에 나서는 건 기반 고객 확보 목적이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체크카드 발급을 통해 신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이들의 주거래 은행으로까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 기준 하나은행 트래블로그가 500만명을 돌파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신한은행 쏠트래블이 77만명을 넘어서 빠르게 추격 중이다. 해외여행 성수기인 여름을 앞둔 만큼 후발주자인 국민, 우리은행도 이를 뒤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