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전문 인력들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모이고 있다. 최근 사업부진, 재무구조 악화 상황에 놓인 SK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현대차그룹과 SK온 인사팀 간에 신경전도 전개되고 있다.
11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SK에서 퇴사한 직원은 총 88명이다. 이 중 50여 명이 이직 등 사유로 회사를 그만뒀다.
현대차그룹의 GSO(글로벌전략실, Global Strategy Office) 내 배터리 사업팀으로의 이직이 높다는 것이 SK온과 현대차그룹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만 유출 인력이 50명을 넘기자 SK온의 인사관련팀은 현대차에 일종의 항의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나친 인력 빼가기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다만 현대차가 고객사인 만큼 회사 차원의 공식 항의는 없었다는 게 SK온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3577명이던 SK온의 직원은 4월 말 기준 3545명으로 32명이 감소했다. 88명의 퇴사자가 발생했지만 일부 신규 입사자로 인해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 등 적극적인 인력 충원 전략을 통해 직원 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말 1만1009명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1만2482명으로 1473명이 늘었다.
SK온 직원이 현대차로 몰리는 이유는 비밀유지 조항 등의 이유로 인해 경쟁사 간의 이직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인력유출에 따른 특허분쟁까지 겪은 상태라 양사 간의 이직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 판매 성장 둔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소 안정적인 현대차로의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국내 배터리 기업 직원은 “올해 성과급이 불투명하고, SK온의 경우는 회사 매각 소문까지 들리고 있어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마침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관련 대규모 인력 채용을 하고 있어 퇴사자 증가세는 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SK온 측은 현재의 인력유출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매년 있는 수준의 유출이며, 그동안 전기차 성장세와 함께 회사 직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로의 이직이 회사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편 SK온은 사업부진, 재무구조 악화, 잦은 인력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인사혁신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Cheif)레벨급 고위임원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