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충분해요"…위축되는 유료방송 성장세

2024-06-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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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미가입자 37%

"OTT 이용해서 가입 안해"

4년새 OTT 시청시간 급증

유료방송, OTT와 협력 강화

SK브로드밴드 B tv x 넷플릭스 요금제 4종 출시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 4종을 출시했다. 자사 IPTV 'B 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케이블TV·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 미가입자 중 상당수가 OTT를 대체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팅' 현상도 점차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유료방송 가입자의 경우 이동통신사 결합할인 정책이 고객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보고서 '유료방송 가입자의 미디어 소비와 OTT'에 따르면, 2023년 유료방송 가입 비율은 92.5%로 지난 2020년 92.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IPTV 가입률은 50.1%에서 51.7%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케이블TV는 41.7%(아날로그 케이블 포함)에서 37.3%로 다소 줄었다.

다만 유료방송 이용자 중 35.4%는 이동통신사의 인터넷·이동통신 결합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료방송 자체 장점보다는 통신사의 다른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의 경우 OTT 영향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유료방송 미이용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답변은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볼만한 프로그램 없음'(17.4%), '지상파로 충분'(13.9%)이 뒤를 이었다. 2019년 대비 지상파 관련 답변은 약 10%포인트(p) 줄어든 반면 OTT 언급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실제 지난해 시청자들의 전반적인 OTT 이용 시간은 2019년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보고서가 각 유료방송 가입 유형별 일평균 OTT 이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주말 기준) 케이블 이용자는 55분에서 101.1분, IPTV는 63.9분에서 105.8분, 위성방송은 69.6분에서 101분으로 늘었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만 시청하는 이용자는 63.5분에서 133.1분으로 OTT 이용 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미국처럼 수년째 확연한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한국 유료방송 시장에선 코드커팅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이유로 '결합상품 이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며 "소비자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행태를 감안하면 결합이 유료방송 이탈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점차 OTT 비중이 높아지고 유료방송 성장세는 둔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코드커팅 현상이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유료방송 가입률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OTT 서비스 이용'이 가장 높다는 점은 OTT가 유료방송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유료방송과 OTT의 경쟁이 격화됨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유료방송 전반의 성장 둔화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집계에서도 확인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106만명으로 상반기 대비 3만7389명 감소했다. 2015년 하반기에 관련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전반기 대비 감소세가 나타났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가입자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IPTV 역시 증가세가 0%대에 그치는 등 성장세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처럼 OTT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유료방송업계는 OTT플랫폼과 협력을 강화하며 자사 고객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자사 IPTV 'B TV'와 넷플릭스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요금제 4종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장기간 '망 사용료' 소송을 벌이다가 지난해 항소심 과정에서 3년여 만에 소송을 종결하기로 했다. 양사는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OTT 사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하고 있다. KT는 2020년 8월 넷플릭스와 처음 제휴를 맺었고 이후 티빙·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 업체와 협업도 잇따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체 운영하던 OTT '시즌'을 CJ ENM에 매각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국내 처음으로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결합했고, 이후 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등 국내외 OTT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약을 맺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업자 등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자회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스카이TV를 통해 운영하는 채널 'ENA'에서 여러 자체 제작 드라마 등을 선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LG헬로비전 역시 기존 운영 채널인 '더라이프'를 지난 1일 '더라이프2'로 리뉴얼해 재개국하고, 해당 채널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70% 이상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별로 방송되는 케이블TV 특성을 활용해 지역에 특화된 자체 제작 방송도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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