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3선 임기를 시작했다. 예상 외 일격을 당한 모디 총리와 집권 여당은 주요 정책 추진 시 야당과 협의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7개 주변국의 지도자, 영화배우, 기업인 등 고위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3선 임기 시작을 알렸다. 모디 총리는 이날 취임식 직전 자신의 X(엑스) 계정에 "저는 14억명의 인도인에게 봉사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인도 역사상 드문 3연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지난 1일 종료된 선거에서 '가까스로' 1당 지위를 지켰다.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은 선거 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겨우 240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여권 연합(NDA) 의석을 합쳐 293석을 기록해 과반 의석(272석)을 겨우 넘겼으나 5년 전보다 의석수가 67석이나 줄었다.
집권당의 위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업 문제와 고물가 등으로 촉발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2047년까지 '선진국' 반열에 들겠다던 본인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 이반을 겪은 그는 집권 3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찾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해졌다. 이번 총선에서 의외의 약진을 한 군소 지역정당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모디 총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인도 센터장인 릭 로소우는 "집권당의 주요 연정 상대는 정치적으로 예상할 수 없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아울러 모디 총리는 본인 소속 정당 BJP가 포함된 여권 연합 전국민주동맹(NDA) 소속 주지사의 관할 지역에 더 많은 개발 자금과 복지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민심을 달래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다만 이 경우 인도의 재정 균형이 무너질 위험도 함께 제기된다.
힌두교 색채가 진한 모디 총리는 2억 명의 무슬림 국민이 지지하는 야당과도 협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 무슬림 지지 정당에 대한 공세적 발언을 했던 것과 달리, 다시 유화적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7일 NDA 대표로 임명되면서 "국가를 운영할 때 중요한 건 만장일치다. 우리는 만장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협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만 모디 총리의 '종교 포퓰리즘'적 행보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AFP 통신은 모디 총리의 집권이 무슬림과 기타 소수민족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향후에도 이런 행보가 줄어들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모디 총리를 새로운 강경 우파 정치의 사례로 소개하며 "모디 총리를 중심으로 한 개인 숭배가 지금까지 숨 막힐 정도로 꿰뚫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