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7일 소속 조합원에게 현충일과 주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연차를 독려하는 연가 투쟁을 공지했다.
하지만 연가 투쟁에 참여한 직원들은 다른 징검다리 연휴 때보다 적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도체 공정을 포함해 삼성전자 생산과 경영활동에 차질은 없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사상 첫 연가 투쟁이 조합원 자의에 의해 결정됐으면 하는 취지로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삼노 조합원은 2만8000여명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직원들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5000여명의 약 22% 규모다. 삼성전자 사측은 연차를 신청한 직원 비율이 예측가능한 범위였던 만큼 미리 생산일정과 인력배치를 조정해 노조 연가 투쟁에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의 다음 쟁의행위 일정은 미정이다. 우선 이번 주 사측과 합의 지점을 찾은 후 연가 투쟁을 포함한 추가 쟁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연가 투쟁 후 다른 방식의 파업도 계획 중"이라며 "연가 투쟁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절차"라고 말했다.
전삼노가 기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대신 민주노총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투쟁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전삼노와 조합원의 정당하고 당당한 투쟁을 지지한다"며 "민주노총은 이 땅의 노동자로서 전삼노와 그 조합원들을 함께 투쟁하는 '동지'로 인식한다"고 지지 설명을 냈다. 전삼노는 지난달 2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집회를 진행하면서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200명을 '질서유지인'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전삼노 포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MZ세대 외면으로 사측에 대한 노조 목소리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노조를 산하 지회로 확보해서 세를 확대하려는 데 있다. 전삼노 역시 과반 노조가 되지 못해 임단협 교섭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상급단체의 지원을 받아 사측에 세를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산업계에선 주로 민주노총 산하 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무력시위를 동반한 강도 높은 사측 압박이 삼성전자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일례로 현대차·기아 노조는 최근 임단협을 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일 울산공장 코일센터 출입문에 설치된 출퇴근 기록기와 창문 일부를 훼손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 3일 경기 광명시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준대형 SUV 'EV9'의 미국 생산 중단을 요구하며 기물을 파손하고 벽에 현대차·기아 주요 임원 관련 험담을 스프레이로 크게 적기도 했다.
전삼노의 친 민주노총 행보에 삼성전자 사내 '노노갈등'도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두 번째 노동조합인 삼성그룹초기업노조(이하 삼성그룹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전삼노가) 민주노총 조직화 세력과 결탁 의혹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삼성그룹노조는 삼성전자 직원 5800여명이 가입한 삼성전자DX노조를 포함해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등 5개 회사 노조가 뭉쳐 결성한 초기업노조다.
삼성그룹노조는 "전삼노가 소속된 상급 단체(한국노총) 대신 외부 단체에 회사 인사비밀, 교섭 정보, 홈페이지 관리 등을 맡기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전삼노의 지속적인 타노조 비방과 상급단체를 통한 조직화 및 위력 강화에 집중하는 행보는 대다수 삼성 직원의 상식과 의사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그룹노조 DX노조 지부장 A 씨는 지난 3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의 전삼노 조합원 활동 △전삼노 집행부의 다중계정 사용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를 통한 근로시간 면제자 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녹취록 등을 함께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