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대립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장악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를 장악한 야권이 특검법이나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하도록 압박해 '불통 정부'나 '거부권 남발 대통령'과 같은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2대 국회의 원 구성 핵심 중 하나는 법사위원장의 자리다. 9일 현재까지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 자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선임안 제출 이후 "민주당의 일방적 상임위안을 전면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 직전, 각 상임위에서 숙의된 법안들을 마지막으로 검토하는 곳이다.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졌기 때문에 '최후의 관문'으로도 불린다.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법안들의 본회의 회부를 늦추는 방식으로 쟁점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수가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엔 국민의힘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 민주당 주도의 쟁점 법안들이 본회의로 올라가는 걸 지연시키기도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스트랙은 전체 국회의원 과반이나,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회 과반수가 서명을 해야 한다. 이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 의결된다.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 반대를 무시하고 어떤 법안이든 합법적으로 패스스트랙에 지정할 수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난 뒤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본회의에 '60일 이내'에 상정된다는 점까지 합하면 처리까지 최장 330일이 걸리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쟁점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표결까지 늦춰지는 걸 보기 싫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차지해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언제든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속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 말 그대로 입법 독재가 가능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거부권 남발'과 '불통 정부'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노림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