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아프리카 진출 속도전…韓, K-라이스벨트 '박차'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코발트,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백금족 등의 매장량과 생산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다. 탄소 중립 대응의 핵심 광물로 꼽히는 리튬, 니켈, 흑연 매장량도 풍부하다.이에 주요국들이 발빠르게 아프리카 진출에 나서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중국이다. 2000년대 이후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아프리카 에너지·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핵심 광물의 탈(脫)중국화를 위해 아프리카와의 공급망 강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정상 외교와 원조 확대 등을 지렛대 삼아 아프리카 내 광물 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다만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늦기 전에 아프리카에서 활로를 뚫어야 한다.
정부는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이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적인 게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현지 맞춤형 벼종자, 농업 인프라 등 기술을 전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중앙아프리카의 기아 인구는 5000만명에 육박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10명 중 1명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동아프리카 지역도 최근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홍수 피해가 확대되면서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종자 생산단지 구축 본격화…아프리카도 기대감 ↑
농림축산식품부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앞세운 공적개발원조(ODA)에 힘을 쏟고 있다. 효과적인 종자 생산·보급을 위한 종자생산단지 기반시설 구축이 주요 목표다. 현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다수확 우수 벼 종자를 생산한 뒤 안정적으로 농가에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지난해 닻을 올린 K-라이스벨트 사업은 가나 등 6개 국가에서 종자 2321t을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부터는 경지 정리, 용배수로·양수장 설치 등을 통해 종자 생산단치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오는 2027년부터는 연간 1만t에 달하는 벼 종자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3000만명이 기아에서 해방될 수 있는 규모다.
아프리카 측도 기대감을 드러낸다. 최근 정상회의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은 아프리카 정상들은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한·아프리카 농업 콘퍼런스' 프로그램 중 K-라이스벨트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마다가스카르와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 등 4개국 장관은 K-라이스벨트 참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콘퍼런스에서 "농지 활용 면적을 늘리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한국과의 MOU 체결을 통해 양국의 농업 협력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여 농업 산업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역시 "농업 부문 생산성이 증가하고 농촌이 활기를 띠면 산업화가 촉진될 것"이라며 "한국의 농업 혁신 경험을 통해 농업 유산을 복원하고 생산성을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