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시장에 '미분양 공포'가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분양 주택이 1년만에 7만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미분양 문제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고금리 장기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주택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미분양 아파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7만1997가구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미분양이 7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만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분양가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가 미분양 주택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직방'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8일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99개 아파트 단지 중 52곳이 1순위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해당 방안은 CR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 한정)와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대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양시장 침체속에서 이달 4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전국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금리인하 지연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하반기 분양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 영향이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6월 전국 분양예정 아파트는 62개 단지, 총 5만2258가구(임대 포함)로 조사됐다. 1~5월까지 매월 평균 2만가구 안팎으로 공급됐던 분양물량이 6월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고분양가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가 계속되고 있어 분양되는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10.3으로 전월(100.0)보다 10.3포인트(p) 상승했다. 미분양 물량을 예측하는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가 100을 넘으면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115.7로 시작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웃돌고 있다.
분양가 상승을 전망하는 분양가격 지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9p 하락한 111.4로 조사됐다. 올해 내내 분양가격 지수가 기준치(100)를 웃돌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수요진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정상화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세금 등의 규제로 인해 시장이 꽉 막혀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시장이 정상화 돼야 하는데 현재는 법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데 세금 제한이 많은 데다, 개인 임대사업자도 다 막아 놓은 상황"이라며 "종부세 배제, 취득세 완화 등 파격적인 대책이 없으면 현재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문제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