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냉각된 한·러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관계가 경색된 양국이 푸틴 집권 5기를 맞아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관영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타스통신 주최로 열린 세계 주요 뉴스 통신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 점에 대단히 감사하다(highly appreciate)"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지도부 결정에 러시아 혐오적 태도가 없으며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 발언은 이전에 비해 그 강도가 다소 완화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는 2022년 10월에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 공급을 결정했다고 알고 있다"며 "이는 한·러 관계를 파탄 낼 것"이라고 경고했고, 올해 1월에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재차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관련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이번 푸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러시아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도 계속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러 양국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관계가 경색됐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레드라인(경계선)이 될 것이라고 줄곧 경고해 온 가운데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돈독한 관계'도 과시했다. 현재 북한 방문을 준비 중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북·러 관계를 드러내듯 "우리는 누가 원하든 말든 우리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등 주변국의 위협이 없었다면 핵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됐을 것이라며 북한 편을 들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이란 등 전통적 우호국들과의 협력력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인 동시에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란에 대해서는 기존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대러 제재를 주도하는 서방국에 대해선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실행 중인 대러 경제 제재를 규탄하면서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갈등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