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를 다닌 이민자의 아들인 나에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주를 위해 나설 준비가 됐다.”
4일(현지시간) NPR,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앤디김 연방 하원의원(41)이 이날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김 의원은 투표 종료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놀라운 승리 결과에 감사드린다"며 "이제 변화를 위한 우리의 운동을 이어갈 준비가 됐다"고 썼다.
김 의원이 오는 11월 본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미 연방 상원에 진출하는 첫 한국계 미국인이 된다. 아울러 그는 뉴저지주를 대표하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자, 상하원 최연소 의원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뉴저지주 현역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다음 날 SNS를 통해 연방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외신은 김 의원의 개혁적인 이미지에 주목했다. 그는 출마 과정에서 지역 민주당 지도부에 전화 한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득권의 무기로 활용된 카운티 라인도 혁파했다. 뉴저지주의 투표용지 표기 방식을 일컫는 카운티 라인이란 지역 정치권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를 투표 용지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을 일컫는다. 김 의원은 카운티라인이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재판부는 이 제도가 차별적이라며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의원은 개혁 캠페인을 벌였지만,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는 아니다. 그는 2018년 뉴저지주의 첫 아시아계 연방 의원이 됐다. 이후 2022년까지 두 차례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그 전에는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하며 공직 경력을 쌓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당시 미군 사령관이었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전략 참모로도 일했다.
김 후보는 이민 2세로 현 지역구인 뉴저지주 무어스타운에서 자랐다. 지금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초중등 교육을 마쳤다. 이후 시카고대를 졸업한 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의원의 부친 김정한씨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거친 유전공학자로,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에 평생을 바쳤다.
김 의원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AP통신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을 때 김 의원이 무릎을 꿇고 폭도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는 이후 사진에 감동한 미국인들로부터 수천 통의 편지를 받았고, 스미스소니언에서 자신이 그날 입었던 양복을 컬렉션으로 보관할 수 있느냐는 요청도 받았다고 NPR에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해당 양복을 기부했다.
외신은 뉴저지주에서 50년 넘게 공화당 후보가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점에 비춰, 김 의원이 11월 본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