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가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단위, 적용범위 등 전 항목에서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경영계와 임금 차별금지를 주장하는 노동계가 대립하면서 올해 심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식자재 비용, 임대료 등 인상으로 경영 상황이 열악한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제2차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놓고 노사 충돌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요구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9860원보다 26.77% 오른 1만2500원가량이며,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했다. 노동계의 요구가 100% 반영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저임금 단위가 1만원 이상으로 결정된다면 특히 유통업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범위를 두고도 첨예하기 대립 중이다.
앞서 노동계는 제1차 회의에서 배달 라이더, 웹툰작가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를테면 배달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시간당 최저임금액에 경비 등을 반영한 건당 최저임금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경영계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면서다. 경영계는 지난해 편의점,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했으나 부결됐다. 올해는 돌봄서비스 업종 등 차등화 요구 대상을 확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아져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37.3%에 달했지만, 고숙련 근로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정보통신업은 2.4%에 그쳤다”며 “업종별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적용이 최저임금 미만율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심의에서 단위에 대해서는 위원 간 중간지점을 도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특히 단위 결정 이후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건비가 24시간 지출되는 편의점업계는 올해만큼은 업종·지역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열 한국편의점주협의회 회장은 “올해는 특히나 내수 시장이 크게 위축돼 편의점들도 작년대비 매출이 20~30% 줄어 폐점하는 점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점주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바생 대신 직접 매장에 상주하거나 무인화 매장으로 전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마트업계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마트의 대다수 일자리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만 월급이 오르고 승진을 할 수 없는 무기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마트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내년도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점주들은 물론 장기적으론 본사 역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