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총선에서 국민적 영웅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30년 만에 과반 의석 수성에 실패했다. 이로인해 향후 2주간 연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최종 개표 결과 ANC가 전체 400석 가운데 159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ANC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철폐 이후 30년간 7번의 총선을 치렀으나 단독 과반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서 ANC는 지지율 40.2%를 기록, 직전 선거 57.5%보다 급격히 감소했다. 의석수는 기존 230석에서 15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은 21.6%를 득표해 87석을 얻는 성과를 얻었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인 움콘토 이시즈웨(MK)는 14.7% 지지율로 58석을 얻었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ANC는 최초로 연립정부를 꾸려야 한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회 400석을 나누고, 의회 과반 동의로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는다. 향후 2주간 연정 협상이 진행될 예정인데, 중도우파 성격의 제2당 민주연합(DA)은 연정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당 대표인 라마포사 대통령은 쉽게 퇴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의 MK 측은 연정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꺼내들었는데, ANC 측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응하고 있다.
ANC의 이번 선거 패배는 33%에 가까운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등 인프라 공백 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린 탓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는 ANC의 과반 득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득표율 45% 선까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