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당선된 22대 국회의원들의 4년 임기가 시작되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열 정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폭주'를,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폭주'를 막겠다는 게 이들의 슬로건이다. 여야는 각각 '특검법'과 '민생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정하면서 22대 국회 서전을 장식했다. 원 구성 협상과 상임위 구성도 당면 과제다. 민주당은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 '당론 1호 법안' 제시...여 "민생법" vs 야 "특검법"
민주당은 또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도 당론으로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명시하고 지급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지급하되, 지급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국회 개원일에 맞춰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 지난 대선 당시 고발 사주 연루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생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저출생 대응·민생 살리기·미래산업 육성·지역균형 발전·의료개혁 등의 법안을 선정했다.
국민의힘은 또 21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구하라법'과 '고준위방폐물법'을 재추진한다고 전했다. 구하라법은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준위방폐물법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 방안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여기에 더해 상속세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상속세 개편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야 '지구당 부활' 추진...법안 발의
이 밖에 정치권에선 '지구당 부활'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목소리로 외치면서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단위별로 자발적 정치조직을 만들어 사무실을 운영하고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난 1962년 정당법 제정 이후 40년 넘게 존재했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터진 데 이어 2004년 3월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폐지됐다.
20년 전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 속에 폐지된 지구당이 대권주자들이 내세우는 정치개혁 방안으로 변모하면서 22대 국회 초반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하지만 지구당 조직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우려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지구당 부활을 계기로 원외인사를 포섭해 차기 당권을 노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각각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의 법안은 유급직원 2명과 후원회 모금 한도 1억5000만원, 김 의원의 법안은 유급직원 1명과 모금한도 5000만원을 제시했다.
원 구성 협상 관련해서는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 시한을 이달 7일로 못박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도, 여당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느냐. 여당이 반대하면, 합의 안 해주면 합의될 때까지 미루는 게 어떻게 법인가"라며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뽑아 놓고 당 대표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관례상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며 "그러니 국민들이 '이재명 1인 체제로 움직이는 정당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이달 5일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틀 뒤인 7일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