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기습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운반체인 1단 로켓이 발사하자마자 2분 만에 공중폭발하며 우주강국을 꿈꾸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꿈도 산산조각 났다. 한·일·중 간 오랜만에 조성된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며 체면을 구긴 김 위원장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신형 위성 운반 로켓은 1단 비행 중 공중 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은 “비상설 위성 발사 준비위원회 현장 지휘부 전문가심의에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 발동기(엔진)의 동작 신뢰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는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의미다. 이는 그간 북한의 발사체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물질이다. 한국 나로호·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에서도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전 러시아 기술진이 대거 방북한 것으로 파악된 상황에서 북한의 신형 로켓에 러시아 기술이 접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새로운 발사체의 1단 추진체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 지원 모든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실패 원인을 발사체 엔진 연소 계통 문제로 추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1단 추진체가 폭발했기 때문에 연소 계통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정도의 추정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합참 관계자는 “작년에 (두 차례) 실패했을 때와 달리 추가 발사계획을 공언하지 않았고, (이번 실패 원인에 대해) 초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추가 발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후속 일정을 언급하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아마 원인 규명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기의 위성 발사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1단 엔진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기술 보강에 최소 3~6개월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전날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기자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군사 움직임을 봐 가면서 대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도발 형태는 정치국 회의에서 밝혔듯 서해안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북 전단에 대한 포격 등 여러 가지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일 북핵 대표는 이날 3자 유선 협의를 갖고 향후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긴밀한 협력을 논의했다. 한·미 공군은 이날부터 30일까지 공대공, 공대지 실사격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에는 F-35A, F-15K, KF-16, FA-50, F-5 등 전투기가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