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하이브 당기순익 +1800억원(연결) vs -1900억원(별도)…이유는?

2024-05-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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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기업 많은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봐야 회사 상황 파악 가능해

하이브 사옥 사진연합뉴스
하이브 사옥. [사진=연합뉴스]

회계는 연결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별도로 봐야 할까요. 하이브처럼 종속기업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지배기업은 연결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즉 자회사가 많은 회사로 유명한데요, 지난해 각 자회사별로 어떤 실적을 냈는지 별도와 연결기준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빅히트(BTS)의 당기순손익은 1403억원, 플레디스(세븐틴)는 602억원, 쏘스뮤직(르세라핌)은 121억원, 어도어(뉴진스)는 265억원, KOZ엔터(지코)는 –74억원, 빌리프랩(아일릿) 53억원으로 KOZ엔터를 빼고는 모두 양호한 수익을 올리며 자회사로서 하이브의 실적을 이끌었네요
 
덕분에 지난해 하이브의 매출은 음반, 공연 등 레이블 회사들의 각종 수입으로 2조1780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하이브는 올해 엔터테인먼트업 주력 집단 최초로 공시집단에 지정됐습니다. K-POP의 세계화에 따른 앨범·공연·콘텐츠 수익 증가로 자산이 4조81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하이브가 내세운 ‘멀티 레이블’ 전략 덕분에 이렇게 덩치가 커진 거겠죠. 하이브의 원래 사명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같은 해 쏘스뮤직(르세라핌), 2020년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세븐틴), KOZ 엔터테인먼트(지코)를 추가로 인수했습니다. 2021년도에는 사명을 지금 알려진 하이브로 바꾸고 빅히트뮤직(BTS)을 물적분할한 뒤 하위 그룹으로 편입시켰습니다.

2021년도에는 어도어라는 신규 레이블을 설립했습니다. 어도어는 현재 뉴진스를 놓고 하이브와 갈등의 중심에 서 있죠.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에게 있습니다. 또 2018년 CJ ENM과 합작 설립한 빌리프랩은 지난해 지분을 전부 확보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하이브의 레이블(매니지먼트 대행업 기준)수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까지 합하면 23개에 달합니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전략은 사업보고서에도 밝혔듯 “창작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독립성을 보장, 레이블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약간 다릅니다. 자회사별로 매출 등 명확한 숫자가 있어야 추후 매각을 할 때 훨씬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타 엔터사처럼 여러 아티스트들의 매출이 한 실적으로 모이면 회사의 가치를 명확히 판단해 매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마디로 하이브는 엔터 레이블 회사를 내세워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커졌지만 속은 어떨까요?

각 레이블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하이브가 이들의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 하이브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834억원을 냈지만, 별도 기준으로 놓고 보면 –19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900억원은 지난해 SM엔터 인수전에서 쓰인 비용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2월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주당 12만원(14.8%)에 사들였습니다. 또 이후에는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3월초까지 공개매수는 시도했었습니다.

이날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보유 중인 SM 지분 75만주에 대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진행했습니다. 12만원에 사들인 지분은 9만원 초반대에 팔게 됐습니다. 약 25%의 손실을 본 셈이죠.

하이브의 마이너스 M&A 결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21년 하이브는 ‘하이브 아메리카’를 통해 1조515억원을 들여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미국 레이블 이타카홀딩스를 매수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하이브아메리카는 –14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 외 또 다른 미국 내 엔터사인 UMG LLC (-234억원)를 비롯해 플랫폼 회사 위버스 (-44억원), 게임사 하이브IM (-209억원), 소프트웨어 회사인 수퍼톤(-67억원)과 바이너리코리아(-38억원) 등 신규 사업들의 실적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엔터 회사들이 마이너스 실적을 내고 있어 ‘멀티 레이블’ 전략에 과도기가 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식재산(IP)이 비수기 활동도 있는 아티스트와 달리 콘텐츠, AI는 꾸준히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해 인수했는데 생각과는 다른 모양입니다. 
 
또 다른 부작용은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와의 경영권 싸움도 있습니다.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분 20%를 활용해 경영권 찬탈시도를 하려 한다며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오는 31일 열리는 어도어의 임시 주주총회에 하이브 소속 김주영 CHRO와 이재상 CSO, 이경준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달 넘게 분쟁이 이어지면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 증발했습니다. 주가는 이날 2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1조원 이상 증발한 시가총액은 여전히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

위에서 보듯 결국은 주가 상승 여부는 가장 큰 매출을 내고 있는 BTS의 컴백에 달린 것 같습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부요인에 따른 단기 주가 부침이 있다”면서도 “올해 6월 진 컴백을 시작으로 BTS활동 부분 재개가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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