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회사들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하지만 실적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문을 열었는데 정작 우리 우주항공 산업을 이끌어갈 기업들을 찾기 어려워 관련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와 에이치브이엠(HVM)은 기관수요예측 일정을 몇주 뒤로 조정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달 23~29일에서 내달 20~21일로 변경했다. HVM은 이달 22~28일에서 다음 달 11~17일로 미뤄졌다.
에이치비엠은 첨단금속 제조 전문기업이지만 '에쿼티 스토리'로 우주항공 소재를 내세웠다. 지난해에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우주항공 구리합금 소재 12%(49억원) △항공기 부품용 베타 열처리 타이타늄 합금 3%(13억원) △Ni계 초내열합금 24%(98억원) △고청정 인바합금 46%(192억원) △스퍼터링타겟 15%(6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두 회사가 수요예측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은 현재 실적으로 IPO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우주항공 관련 회사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원하는 몸값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주관사 선정을 마친 루미르(NH투자증권), 나라스페이스(삼성증권), 키프코전자항공(DB금융투자), 덕산넵코어스(대신증권)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우주산업의 시장규모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0년까지 우주항공 분야 시장 규모가 5900억 달러로, 2020년(3850억 달러)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27일 한국판 NASA인 ‘우주항공청’을 출범하며 ‘7대 우주 강국’ 진입 포부를 밝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경우 우주항공청 설립에 따른 정부 정책과 예산 확대 등으로 주요 기관들이 연구·투자를 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주항공 소재를 에쿼티 스토리로 활용하기에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주항공 분야에서 실적이 발생하고 있는 분야는 주로 대기업이 영위하는 위성 방송통신 사업이고 우주 발사체나 탑재체 관련 기술은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장기 연구개발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펴낸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업의 우주산업 분야 매출은 총 2조9519억원이다. 이 가운데 매출의 78%인 약 2조3100억원이 ‘위성 활용 서비스·장비’ 분야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