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자국에 편입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휴전할 준비가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이하 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휴전 논의 방식을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고, 휴전 이후에도 전쟁 재개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고위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싸울 수 있으나 전쟁을 멈추기 위해 휴전할 준비도 됐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최전선에서 전쟁을 멈출 지 여부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벨라루스 순방 중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평화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가리켜 "그들이 재개하도록 하라"고 언급하며, "(협상은) 한쪽이 원하는 것에만 근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쪽의 의견이 동등하게 이뤄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휴전의 또 다른 명분은 '동원령'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이날 보도에 인용된 세 명의 소식통은 전황을 바꾸기 위해선 전국적 병력 동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푸틴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는 2022년 9월 첫 동원령 발표 이래 징병 연령의 남성 수십만명이 해외로 도피하는 결과를 낳았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에 대해 추가 동원령이 필요 없으며, 자진해서 지원하는 병사를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장기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투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이 길어진 전쟁 후에 사회로 돌아갔을 때 직장과 수입에 만족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진위를 의심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휴전 가능성 시사에 대해 "가짜 신호"라며 우크라이나가 주도 중인 스위스 평화 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내달 스위스에서 평화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다. 해당 회담에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대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초대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자국이 포함되지 않은 회담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스위스는 중국 등 러시아 우호국이 대신 참여해 주길 요청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도 논쟁 대상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우리는 젤렌스키의 임기에 대한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임기가 선거 없이 연장될 권리가 있는지 이해하려면 우크라이나 헌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5월 20일까지다. 그는 계엄령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31일 예정된 대선 투표를 취소한 상태다.
두 국가 모두 휴전이 사실상 '재무장'에 이용되리라 예측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에서 승인된 지원 패키지와 유럽 내 추가 군사 지원을 기대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군대 징집 대상인 남성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미사일 등을 제조하는 방산업체 대표들과의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회의에서 수요가 많은 무기와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몇 주간 러시아는 국경에서 30km 거리에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2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 주택가 등 공습으로 6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인 이용자가 많은 지역을 겨냥한 잔인한 공격이라며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