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업계, CIC 재편·폐지 본격화…'AI' 부각 속 전사적 효율성 강화 움직임

2024-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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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네이버·카카오, 기존 체제 일제히 변화 줘

'AI' 화두 부상…조직통합으로 결집 강화 흐름

SK텔레콤 사옥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사옥의 모습. [사진=SK텔레콤]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사내독립기업(CIC) 체제 축소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CIC는 기업 내 별도로 조직하는 소규모 조직으로, 기존 조직보다 독립성과 유연성을 높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빠른 대응 체제를 갖추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본사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할 필요성이 강해지면서 CIC 재편·폐지 사례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2024년 조직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CIC를 T-B 사업부 형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기존 커스토머CIC와 엔터프라이즈CIC는 T-B 커스토머 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로 각각 재편됐다.

T-B 사업부에 대해 SKT는 "유무선 통신·미디어·엔터프라이즈 등 전 사업 영역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며 "SKT와 SK브로드밴드의 T-B 원바디(One Body) 체제로 시너지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한동안 유영상 SKT 대표가 겸직해 왔고, 지난해 7월 신임 박진효 대표가 취임한 이후에도 SKT와의 'T-B 시너지' 극대화를 내세워 왔다. 이 과정에서 SKT는 기존 CIC 체제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SKT는 지난 2008년 4개 조직에 CIC를 접목하며 CIC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그러다가 3년여 만인 2011년 9월 CIC 조직을 폐지하고 사업총괄·코퍼레이트 센터 체계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 2021년 11월 유영상 대표가 취임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의 시너지 효과 강화 차원에서 양사 공통의 일반소비자사업(B2C), 기업대상사업(B2B) CIC 체계를 다시 도입했다. 커스토머CIC와 엔터프라이즈CIC가 생겨난 배경이다. 기존에는 유영상 대표와 최진환 전 SKB 대표가 CIC 대표를 겸했지만 2023년부터는 별도로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CIC를 없앤 것은 SKT가 본격적인 'AI 컴퍼니' 도약을 위해 올해부터 4대 사업부 체계로 조직개편을 했기 때문이다. 각각 △AI서비스사업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토머 사업부 △T-B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로 구성됐다. CIC에서 사업부 체제로 변화를 줌으로써, AI 시대에 대비해 기존 SKT와 SKB 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SKT는 "CIC 제도는 조직 구성과 기능에 따라 필요 시 도입하는 것"이라며 "폐지라기보다는 재편"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경기 분당구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모습. [사진=네이버]
CIC 체제에 손을 대는 흐름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양대 플랫폼 업체에서도 나타났다. 네이버는 지난달 초 기존 △비즈(광고) △서치(검색) △포레스트(쇼핑) △글레이스(지역정보) △커뮤니티(카페·밴드) 등 5개로 운영되던 CIC 조직을 전면 개편해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했다. 네이버가 처음 CIC를 도입한 지 9년 만이다.

그간 CIC를 통해 네이버의 여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해 왔다. 현재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웹툰과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내부에서 사업 비중이 커지며 CIC로 전환됐다가, 각각 지난 2017년과 2019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 성장의 중요 축이었던 CIC를 전격 폐지한 이유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사업 영역 간의 경계가 다시 한번 허물어지고 있는 인터넷 환경과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전사 차원의 전략으로 대응하고자 CIC 중심의 체계 또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CIC 대신 구성되는 전문 조직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기술 혁신을 창출한 개발과 설계 중심의 프로덕트·플랫폼 영역,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서비스 매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비즈니스·서비스 영역, 사용자 니즈에 맞는 콘텐츠 유형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콘텐츠 영역으로 나뉜다. 치지직, 밴드, 뮤직 등의 서비스에는 '셀(Cell)' 형태의 조직을 도입했다. 공통적으로 사내 모든 기술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전문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독립성 대신 조직 내 결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카카오 역시 일부 CIC 체제를 재편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쇼핑하기를 담당하는 커머스CIC를 올해 초 내부 사업부문으로 흡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의 커머스 관련 조직은 기존에도 자회사 독립, 본사 재합병, CIC 전환 등 잦은 조직개편을 거쳤다가 결국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 모양새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총괄하는 다음CIC는 '콘텐츠CIC'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다음 이외에 전반적인 콘텐츠 분야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구성했다. 카카오는 AI 관련 사업 역시 CIC 체제 대신 본사 내 통합 조직 방식을 택했으며 그러면서 기존 카카오의 AI 연구개발을 총괄하던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오는 6월 1일부로 카카오에 통합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요 ICT 기업이 CIC 체제를 폐지·재편하는 이유로는 CIC의 특징인 자율성보다는 본사 중심의 결집을 통한 효율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거대 AI가 ICT 기업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사적으로 AI를 연구개발하고 이를 빠르게 사내 전반의 업무에 적용하고 다양한 비즈니스에 접목해야 하는 상황 속 이 같은 조직 개편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기업들이 적용한 CIC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핵심 서비스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CIC 형태로 분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합리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IC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업들이 정말로 CIC에 독립적인 사업 체제를 보장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말 제대로 된 혁신을 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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