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3만원 시대가 머지않은 모양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다. 치킨업계는 원·부재료 가격 상승 등을 근거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BBQ 운영사 제너시스BBQ는 이달 31일부터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을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는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약 15% 인상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BBQ마저 가격을 올리면서 치킨업계 줄인상은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매출 기준 4위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가 고추바사삭 등 9개 치킨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고, 푸라닭 치킨도 단품과 세트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그렇다 보니 치킨 한 마리를 배달 주문하면 3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황금올리브치킨콤보는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인상되는데 소비자가 할인을 받지 않고 배달비까지 내면 3만원대에 이른다.
치킨값은 국제 올리브유 급등에 꿈틀 댈 조짐을 보여 왔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 1분기 톤(t)당 5926달러였지만,
올해 1분기는 t당 1만88달러로 약 2배가량 치솟았다. 그렇다 보니 CJ제일제당과 샘표, 사조대림 등 국내 업체도 올리브유 가격을 30% 넘게 올렸다.
올리브유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 가뭄 때문이다. 세계 올리브유 절반을 생산하는 스페인이 지난 2년간 가뭄에 시달리면서 생산량은 반토막 났고, 이에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은 1년새 두 배 이상 뛰었다.
BBQ는 100%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한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했을 때는 올리브유보다 값싼 해바라기유를 절반 섞어 치킨 가격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리브유 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자 결국 치킨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시장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bhc와 교촌치킨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은 이미 지난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교촌은 지난해 4월 오리지날·허니콤보 등 제품 가격을 3000원 올렸고 bhc도 지난해 말 85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4%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스비와 전기세를 비롯해 배달 앱 수수료 비용도 줄줄이 올라 가맹업주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가맹업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치킨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