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분배 지표는 소폭 개선됐지만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감소율은 고소득층을 웃돌았다. 서민들이 허리띠를 더욱 세게 졸라맸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9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2.5% 증가했다.
상품·서비스 구매를 뜻하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 실질소비지출은 1년 전과 동일했다. 소비는 늘었지만 고물가 영향에 손에 쥔 상품과 서비스는 지난해와 같았다는 것이다.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7.2%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21년(7.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는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일·과일가공품(18.7%)과 채소·채소가공품(10.1%) 관련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실질 증감률은 -11.7%로 집계됐다. 같은 값을 치르고 받은 양과 개수 등이 줄었기 때문이다. 유제품·알(9.0%), 당류·과자류(9.3%) 등 지출도 늘었다.
오락·문화(9.7%), 음식·숙박(5.8%) 등의 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물가 상승세로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숙박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오락·문화 지출은 해외여행이 포함된 단체여행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의류·신발(1.3%), 주거·수도·광열(0.7%) 등도 증가세를 보이며 의식주와 관련된 지출이 모두 늘어났다. 다만 의류·신발의 실질소비는 4.1%, 주거·수도·광열은 1.0% 각각 줄었다.
소득분배 개선에도 소비 양극화 심화…정부 "물가안정 조기 안착"
소득 분배를 나타내는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5.98배로 1년 전보다 0.47배포인트 낮아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후 상위 20%(5분위)의 소득이 하위 20%(1분위)의 몇 배인지 살펴보는 지표다. 통상 배율이 작아질수록 소득 분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성과급이 줄면서 5분위 근로소득이 4.0% 감소한 영향이 크다.
다만 저소득층의 지출 감소 폭이 고소득층보다 컸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1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어든 데 반해 5분위 가구는 509만8000원으로 0.5% 감소했다. 안 그래도 지갑이 얇은 저소득층이 소비를 더 줄였다는 방증이다.
특히 1분위의 교육 지출은 1년 전보다 42.4% 급감했다. 전체 가계의 교육 지출이 2.3%, 5분위 가구도 5.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1분위는 1인가구 비중이 높은데 노인과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이 포함된다"며 "학생 교육비가 줄었다기보다는 성인 교육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기조를 조기에 안착해 서민들이 지표상의 경기 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는 지표에 가려진 취약계층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수출이 살아나면서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최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폐업률이 상승세라 낙관은 금물이다"라며 "타깃을 명확히 해 재정적 도움을 줘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