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헬기 추락 사고로 19일(현지시간) 세상을 등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3)은 다소 잔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권력 서열 2위이자 강경 보수 성향인 그는 검사 시절 반체제 인사 여럿을 숙청해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강력한 종교 교리를 강요해 수많은 여성 시위자를 잔혹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60년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동부 마슈하드의 독실한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0대 시절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1979년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종식했던 당시 이슬람 혁명은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이후 라이시 대통령은 검사의 길을 걸었다.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별명은 검사 시절 붙었다. 그는 이란·이라크 전쟁 뒤인 1988년 수천 명의 정치범과 반대파 숙청 작업을 이끌었다. 수십 년간 이런 인권 침해 의혹이 쌓인 그는 2019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에 따르면 이 기간 처형된 사람들 상당수는 잔혹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2022년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사 아미니의 사망 소식은 그에 대한 반발심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었다. 이란 전역에서 여성 중심으로 이른바 히잡 시위로 불리는 대대적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는데, 시위가 발생한 수개월 동안에만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20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알려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당국의 발포 등 잔혹한 진압을 용인했다.
대외적으로 그는 자국 중심의 우호국을 밀어주는 정책을 추진해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란은 수년간 가자지구 내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 국가를 암암리에 지원해 왔다. 이어 최근엔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 공습에 반발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드론, 미사일 폭격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라이시 집권 아래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탈퇴 이후 우라늄 농축과 탄도 미사일 등 핵무기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핵 개발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서방에 대해 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