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빼앗기는 네이버, 향후 해외 사업 방향성도 '안갯속'

2024-05-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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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라인 연결회사 제외후 자체 해외사업 확대

여전히 일본 비중 높고 현지서 라인 영향력 강해

네이버 상당수 계열사 라인야후 관련 지분 묶여

A홀딩스 지분 매각 외 추가 조치도 뒤따를 전망

사진라인야후 홈페이지
일본, 동남아 등에서 광범위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라인 메신저'의 모습. [사진=라인야후 홈페이지]

네이버와 라인의 '결별'이 점차 확실시되면서 라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 전략을 짜던 네이버의 기조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현재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을 높이고 있는 추세인데, 앞으로 라인과의 거리두기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국면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부터 라인을 제외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산정해 왔다.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합작법인) 'A홀딩스'를 세워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라인을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분류하기로 했고, 이에 연결 매출 산정에서도 라인 쪽의 매출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21년 기준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5%에서 10% 남짓으로 줄었다. 네이버는 이후 미국 소비자간 거래(C2C) 플랫폼인 '포시마크' 인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체적인 해외 사업 개척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점, 그 과정에서 라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향후 네이버의 해외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전히 높은 일본 비중…라인 영향력도 지속
네이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전체 연간 매출 9조6706억원 중 해외에서 거둔 매출은 1조3525억원으로 약 14%를 차지한다. 이 중 일본에서 거둔 매출이 6799억원으로 해외 매출 중 절반에 이른다. 네이버가 손자회사인 라인디지털프론티어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라인망가가 네이버웹툰의 다양한 지식재산권(IP)과 오리지널 연재 웹툰 등을 토대로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으며, 일본 광고 매출 역시 광고 라인업 확장 속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며 현지 사업 확대를 이끌었다.

이 중 라인망가는 네이버가 대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 본래 라인의 자회사였던 라인망가를 네이버웹툰을 통해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기존 30%였던 라인망가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네이버웹툰에 인수된 이후 라인망가는 전체적인 웹툰 시장의 성장 속 매출 확대를 거듭했다. '재혼황후', '신혈의 구세주' 등 인기 웹툰은 월 거래액 1억엔(약 8억8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입학용병'이 라인망가 웹툰 최초로 연 거래액 10억엔(약 88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현지에서 라인망가는 라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과 연계를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다. 지난 2013년 웹툰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라인과 서비스를 연동해 라인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라인망가로 유입되도록 했다. 네이버 역시 기존에 별도로 일본에서 운영하던 네이버웹툰 서비스를 라인망가와 합병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3월 라인디지털프론티어를 통해 인수한 전자책 플랫폼 이북이니셔티브재팬도 일본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을 바탕으로 서비스된다. 즉 라인야후의 서비스와 네이버의 일본 웹툰 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네이버의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가 그간 라인야후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아웃소싱 등을 전담해 오면서 이와 관련한 매출을 거두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네이버의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술적인 파트너로 제공해 온 인프라 제공 등에서 매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인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는 지난 8일 라인야후가 자사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실화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야후(LY주식회사, 구 Z홀딩스)향 작년 매출은 722억원이다.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네이버클라우드는 라인야후에 대한 기술 위탁을 통해 당장의 매출을 넘어 대형 글로벌 서비스 개발·운영에 대한 레퍼런스를 쌓고 있었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뿐 아니라 대만와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메신저 앱을 통해 핀테크, 엔터테인먼트, 배달 플랫폼 등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연계 운영되고 있었다. 중장기적으로 라인과 연계한 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컸다. 그러나 앞으로 라인야후가 자체적으로 관련 IT 인프라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라인, A홀딩스 외에도 지분으로 얽히고설켜

네이버의 해외 사업과 관련된 계열사 상당수가 라인 쪽 지분 관계로 묶여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라인망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라인망가 운영사인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지분 70%를 들고 있는데,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분기 기준 네이버(71.2%)와 라인야후(28.7%)가 지분을 나눠 가진 상태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자체는 웹툰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30%)이 지분을 양분하고 있지만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일부 지분을 라인야후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라인야후의 자회사인 Z중간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이 지분을 들고 있는 네이버 계열사들이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Z중간글로벌은 지난 3월 네이버의 손자회사이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지분 18.8%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존 들고 있던 스노우(네이버제트의 모회사)의 지분 6.38%를 네이버에 양도한 데 따른 변화다. 이로 인해 네이버제트는 지난 1분기부터 네이버의 연결 회사에서 제외됐다. 다만 제페토는 해외,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향후 네이버의 해외 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외 Z중간글로벌은 라인의 일본 외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를 완전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라인프렌즈 캐릭터 IP 사업을 하는 아이피엑스(IPX) 지분 70%, 게임 개발사인 라인게임즈의 지분 35.7%를 보유하기도 했다. 2021년 소프트뱅크와 경영통합을 단행한 이후 이러한 지분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 모양새다.

이처럼 여러 사업에서 네이버와 라인의 지분이 얽히고설켜 있고, 네이버도 그간 라인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점진적으로 나서 왔기 때문에 네이버 측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을 두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네이버가 보유하던 A홀딩스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는 데 지나지 않고, 네이버의 해외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향후 일본 사업 확대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라인 관련 지분을 전부 매각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지분 매각으로 네이버와 라인야후(LY)의 연결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대만·태국 사업은 물론 라인망가, 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어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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