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등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섰다. 중국은 기존 우호국인 프랑스와 세르비아, 헝가리 등을 방문해 최근 유럽연합(EU)과 빚고 있는 무역 갈등을 차단한다는 포석이다. 프랑스와 EU는 중국과 보조금 문제를 놓고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 온 세르비아나 헝가리는 수월한 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를 국빈 방문한다. 첫 방문지인 프랑스에서는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하는 것을 비롯해 7일까지 머물며 중국과 프랑스 및 EU 관계와 보조금 등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회담 참여자들의 사전 반응은 사뭇 달랐다. 마크롱 대통령이 5일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유럽은 중국에 더 많은 경제적 호혜를 원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키웠고, 시 주석도 당일 공개된 현지 매체 기고로 "프랑스와 다른 나라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경쟁이 공정하고 왜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중국에 불공정 무역 문제를 거론할 의지를 드러냈다고 6일 AFP 통신은 전했다.
따라서 유럽과 중국이 자칫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EU는 중국산 전기차(EV)에 5월부터 예비 관세를 부과하고, 대다수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한 영구 관세를 11월에 부과할 수 있다고 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붙는 관세는 15~30%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민간 경제연구소 로듐그룹이 내놓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EU의 리더 격인 프랑스에 대해 대중국 수출량이 막대한 프랑스산 브랜디 등 주류에 대해 반덤핑(타 국가 수출 상품에 높은 세금 부과하는 행위) 조사를 벌이며 압박에 나섰다. 지난 1월 반덤핑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EU 수출 브랜디 중 99.8%를 차지하는 프랑스 주류업계는 지난 3년간 호주 와인업계가 겪었던 것과 같은 중국의 보복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를 가리켜 프랑스는 겉으로는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뒤에서는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 장치를 강화하는 '이중 게임'을 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 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주요 안건이다. 프랑스는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을 바라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시 주석은 세르비아, 헝가리 정상과는 비교적 수월한 회담이 예상된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헝가리에 투자를 늘리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EU 회원국 최초로 중국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교환한 헝가리는 중국 기업의 헝가리 내 외국인직접투자액이 올해 말까지 300억 유로(약 44조원)가 예정됐을 정도다. 세르비아도 작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