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진행돼 달러・엔 환율이 170엔까지 오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수입 물가가 13.5% 치솟아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일본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닛케이신문은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의 2024년도 하반기 예측 자료를 토대로 달러・엔 환율이 170엔이면 실질임금 산출 시 사용되는 물가 상승률이 3.4%까지 오르게 되고, 3.4% 미만으로 예상되는 급여 인상률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달러・엔 환율이 160엔이면 수입 물가 상승률이 8.7%를 기록하고 올해 10월 이후에는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강한 위기감을 표명하고 있다.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지난달 30일 “과도한 변동이 투기에 의해 발생하면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준다. 여기에 대해선 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신용정보회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이달 가격이 인상되는 식품 품목은 417개로 지난해 같은 달의 절반 수준이지만 인상률은 31%로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최대 노조인 렌고(連合)가 봄철 임금협상 '춘투'에서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인 5.85%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에 대기업들이 높은 임금 인상률로 화답하는 등 명목임금 상승 움직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명목임금이 올라도 가파른 물가 상승률로 인해 실질임금은 23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닛케이신문은 달러・엔 환율이 오르고 있어 수입 물가를 비롯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기가 늦어지고 일본 정부가 6월 시행하는 주민세・소득세 감소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29일에는 달러·엔 환율이 한때 외환시장에서 1990년 4월 이후 34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넘었다. 그러다 급격히 하락해 달러당 154엔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과 일본은행(BOJ)이 엔화를 매수하며 직접 개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닛케이신문은 현재로선 미국의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하면서 미일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며 당국이 외환 시장 직접 개입을 단행해도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때문에 엔화 약세가 진행되어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판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지적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