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정책상품 제외) 비중을 30%까지 높이라고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관련 지시를 따르고는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해당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실상 5년 주기로 고정금리를 산정하는 주기형 주담대 상품을 늘리라는 지시인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고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해져 5년 금리 형태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와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시점을 조율하고 있어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6개월 변동금리로 전환 방식) 방식이 주기형 주담대를 택하는 것보다 더 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월말 주기형 주담대를 도입했다. 지난달 말에는 NH농협은행이 주기형 상품인 'NH주택담보대출'를 내놨다. 양사 모두 그간 혼합형과 변동형(6개월마다 금리 변동) 주담대만 운영해 왔지만, 올해들어 첫 주기형 주담대를 내놓은 것이다. 기존부터 주기형 상품을 운영해왔던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관련 상품 금리를 변동·혼합형보다 내리며 관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주기형 주담대 금리(3.87~5.07%)가 혼합형(5.09~5.48%)보다 금리 하단이 1.22%포인트 가량 낮았다.
다만 은행권 내부에선 주기형 확대에 힘쓰면서도, 정작 해당 정책을 왜 따라야 하는건지 볼멘소리도 터져나온다. 먼저 은행권은 최근 고객 소비 패턴상 주기형 혹은 혼합형 고객 대부분이 5년 안에 대출 갈아타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금리 변동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견해다. 주담대 경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져 대부분 고객들이 금리가 더싼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대출 환승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지고 있는 시각이다.
아울러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상황 속, 5년 후 또다시 5년간 고정금리를 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견해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변동금리 상품을 택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통화 흐름상 5년간 고정금리 후 또다시 고정금리를 택할 소비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혼합형을 택하는 것이 추후 소비자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 아울러 은행들이 무리하게 주기형을 확대했다가 기준금리 등이 빠르게 인하될 경우 소비자들의 금리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