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가고 있다"며 "2025년에도 올해 대비 2배 이상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해당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협의를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3E(5세대) 제품도 고객사 타임라인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며 "HBM3E 8단은 이달 양산에 돌입했으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램프업을 가속화해 2분기 내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해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HBM 판매 수량 중 3분의 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으로,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연산이나 추론을 빠르게 수행한다.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90%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HBM 공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 패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시설투자에 9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HBM·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와 후공정 투자에 집중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메모리 시황에 대한 생산 투자 계획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보다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초 대비해서 개선된 HBM 수요를 반영해 투자 규모를 지속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HBM3E 12단을 올 2분기 양산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부터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등 HBM에서는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행보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황 CEO는 지난달 삼성전자 HBM3E 12단 실물에 '젠슨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SK하이닉스는 5.0%포인트 상승했으며 삼성전자는 5.1%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