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29일 열렸다. 윤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과 주요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김건희 여사 등 가족에 대한 의혹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회 방식의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훨씬 넘긴 2시간 10분가량 이어졌고 오후 4시 14분쯤 종료됐다.
원탁에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왼편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이 대표 오른편에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대표는 배석자들이 착석해 인사말을 나눈 후 취재진이 퇴장하려는 것을 만류하고, 윤 대통령을 향해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또,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삼중고를 포함해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민주당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협조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민간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법안도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여사를 염두에 둔 듯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가 의료계와 갈등을 겪는 것에 대해선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난 후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