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황 악화에다 경쟁국과의 가격경쟁에 밀린 배터리 및 철강업계가 올해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사는 주요 시장인 유럽에서 중국의 성장세에 밀렸고, 철강사는 엔저(엔화 가치 약세) 현상으로 국내에 값싼 일본 철강재가 많이 유입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2% 감소하며 시장의 예상대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1287억원으로 29.9% 줄었으며 순이익은 2121억원으로 62.3%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 상승에 따른 폴란드 공장 가동률 축소 영향으로 중대형 배터리 출하량이 대폭 감소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손익은 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가동률 조정 등 고정비 부담 증가,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원재료 투입 시차(Lagging) 효과에 따라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전했다.
삼성SDI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5조1911억원, 영업이익 2281억원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39.2% 축소된 규모다.
2021년 4분기 출범 후 분기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올 1분기 4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고되며 악화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기에는 영업손실 3447억원을 기록했다. 수요 부진과 공장 가동률 하락이 겹치며 수익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나란히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철광석 최대 소비처인 중국의 수요 부진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 값싼 일본 철강재가 많이 유입되면서 원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보다 13.7% 줄어든 6084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0.83% 감소한 19조2207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 대비 65.3% 급감한 1157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2분기부터는 반등의 여지가 있다.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말 6개월 만에 기준점인 50을 넘어섰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서비스업) PMI도 전월(51.4)보다 1.6포인트 높은 53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