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경제·안보 분야 협력이 긴요한 우방국부터 접촉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 다소 조용한 물밑 접촉부터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 2기를 철저히 준비 중이다. '트럼프 1기'를 경험해 본 주변국들은 접촉면을 늘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여러 이해관계가 달린 주변국들은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독일은 과거 트럼프 1기 시절 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경험이 있어 주 단위부터 시작해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독일 측 관계자는 자국 대표 자동차 제조사 BMW가 진출한 오클라호마, 아칸소, 앨라배마 등 공화당 성향 주지사들과 만나 원만한 무역 관계를 다지고 있다. BMW가 미국 내 86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을 어필하는 등 차근차근 논의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멕시코는 이민자와 마약범죄 등에 관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해 시급히 논의에 들어갔다. 멕시코 집권 여당은 트럼프 2기를 대비해 트럼프 1기 당시 외교장관을 재임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을 섬멸하도록 특수부대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은 과거 인맥을 동원해 트럼프 공략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골프 회동 당시 통역을 담당한 다카오 스나오를 중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걸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전 총리는 전날 뉴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직 정부 핵심 관계자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지난 2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직접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 17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뉴욕에서 회담을 가졌다. 지난 8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플로리다 휴양지에서 비공개 만찬을 갖고 국제정세에 관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와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보이는 국가들도 있다. 올해 예정된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영국 노동당은 트럼프 재집권 시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노동당 외교장관 지명자인 데이비드 래미는 타임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나치에 소시오패스'라고 직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래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등과 네트워킹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호주의 경우 케빈 러드 주미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전력이 있어 애를 먹고 있다. 그는 과거 비판을 취소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적대적이라면, 그 자리에 오래는 못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과거 "트럼프는 재임 동안 캐나다의 공급 관리 시스템을 파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망치는 데 열심이었다"고 직격했던 터라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물밑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현 대통령과 관계를 고려해 공개적 행보는 최소화하고 로비업체를 이용해 분위기를 파악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는 "워싱턴 로비가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해 통상 및 투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한국인들로 들끓는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