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에서 등급을 정하는데요, 글로벌 시장의 무디스, S&P, 피치처럼 국내 신용평가 업계는 현재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3사가 시장을 과점한 가운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은행권 등 간접금융시장 이외에 기업어음,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각종 제도가 등장하며 1985년부터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설립됐습니다.
오늘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효성화학·이마트, 신용등급 강등에 주가 10%대 하락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효성화학의 주가는 13% 넘게 빠졌습니다. 6만5000원대에 형성되었던 주가는 5만7000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향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입니다.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일 효성화학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2022년 'A·긍정적'이었던 신용등급은 같은 해에 'A·부정적'으로 조정됐고, 지난해에 'A-·부정적'으로 하락하면서 3년 연속 강등했습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효성화학은) 부진한 영업 수익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비우호적인 수급환경을 감안할 때 더딘 수익성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이마트 주가도 1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26일 정기평가를 통해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한 데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선 것입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마트) 주력인 대형마트는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근거리·소량구매 패턴 정착 등으로 인해 업태 매력도가 저하됐고 가양점, 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폐점도 이익창출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온라인 부문은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왔으나 높은 경쟁 강도 아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으며 인수 과정에서 식별한 무형자산에 대한 상각비도 실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용등급 10개 등급 분류…금리 약 3배 차이
기업 신용등급은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평가해 기업 신용위험의 상대적인 수준을 서열화한 뒤, 위험 수준이 유사한 기업들을 동일한 등급으로 계량화한 지표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증권사 레포트와 차이점은 증권사 레포트는 개별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및 재무안전성을 평가한 후 PER(주가수익비율) 방식이나 현금흐름 방식에 따라 목표주가를 설정합니다. 반면 신용평가사는 회사채 발행기업의 사업위험, 재무위험 및 채권의 발행조건 등을 종합해 신용등급을 정합니다.기업신용등급 기준은 평가사마다 상이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평가등급은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AAA는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이 최우량급이면서 환경 변화에 충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습니다. BBB등급은 원리금의 지급 확실성은 있지만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의 존재 가능성이 있는 등급입니다. B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조차도 의문이 드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보통 B등급 이상은 받아야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없는 등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 하향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회사채 발행 금리를 높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키웁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AAA등급 회사채의 시가평가 기준 수익률은 3.823%를, AA-는 3.967%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A+는 4.496%, A0는 4.751%, A-는 5.197%로 나타났습니다. BBB+는 7.783%였고 이보다 낮은 BBB와 BBB-는 8~1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용등급 전망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신용등급 전망은 신용평가사가 평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통상 6개월~1년 뒤 신용도 변화를 전망해 긍정적(등급 상향 전망)·안정적(등급 유지)·부정적(등급 하향 전망)으로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향후 상향 가능성이 높을 경우 '긍정적',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을 경우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등급 전망의 분포 현황을 그해의 신용등급 변동 방향성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로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