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를 둘러싸고 개인과 외국인 간에 동상이몽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의구심을 품은 외국인은 대거 팔기 시작했고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도체주 반등을 위해선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다음 달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7거래일간 8.81% 하락했다. 주요 종목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수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9.80%, SK하이닉스 -8.75%, 한미반도체 -9.69%, 리노공업 -11.66%, HPSP -1.98% 등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주가가 8만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8만전자'도 깨졌다.
멀어지는 금리 인하 가능성, 업황 개선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 기대감을 하회한 주요 기업 실적 등이 외국인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주 ASML과 TSMC 실적 발표 이후 업황 반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ASML의 올해 1분기 노광장비 신규 수주액은 36억 유로로 시장 추정치(54억 유로)를 33.3% 하회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TSMC는 지난 18일 글로벌 파운드리 성장률 전망치는 올 초 제시한 20%에서 10%대 중후반으로 낮췄다.
개인은 반도체주 주가 하락을 틈타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올해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은 삼성전자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사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7거래일간 삼성전자는 1조2300억원, SK하이닉스는 4994억원, 한미반도체는 1341억원, 리노공업은 427억원, HPSP는 540억원어치를 샀다.
다음 달 22일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반도체주에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체들이 호실적으로 우려를 직접 해소해야 한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형주가 향후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기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탄력적 실적 개선이 기대돼 향후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에 초점을 둘 때"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