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저출생 현상 극복, 소비자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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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한국소비자원장 사진한국소비자원
윤수현 한국소비자원장 [사진=한국소비자원]
0.72명.

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3년에 이미 현재의 인구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 이하로 하락했고, 2002년부터 초저출산(1.3명 미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추계에 따르면 출산율이 현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50년 후인 2073년에는 총인구수가 현재의 50%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의 자연적 증가는 기하급수적이지만 식량 증산은 산술급수적이기에 인구과잉에 의한 식량부족은 필연적이므로 독신 등을 통해 출산율을 낮추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우리나라의 사정을 접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바로 철회할지도 모르겠다.
 
결혼과 출산은 기본적으로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나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면 경제 규모가 축소된다. 미래 세대의 사회적 부양 부담은 급증하며 지방소멸이 가속화 돼 국가의 정체성과 존립까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 노동과 양육 환경, 사교육 등이 저출생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소비라는 경제활동과 다양하게 맞닿아 있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 소비생활 여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비배우자를 만나는 단계에서 이용하는 ‘결혼중개서비스’, 결혼 예식에서 빠질 수 없는 소위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의 ‘결혼예식서비스’, 출산 후 필수 코스인 ‘산후조리원’, 아이들을 키우면서 계속 직면하는 ‘사교육’ 등은 결혼과 출산, 양육과 관련된 대표적인 소비생활 영역이다.
 
적절한 소비자정책을 통해 이들 서비스 시장에 대한 소비자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추고 가성비는 높여야 한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안전하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는 상당한 사회적 손실과 부담을 유발하므로 영유아를 포함해 어린이와 관련된 제품과 시설물,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보해 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약 8만건의 위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영유아(0~5세) 사고 건수가 청소년이나 성인에 비해 8배 이상 높았다. 이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결혼과 출산,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제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추진하는 제6차 소비자시장평가지표 조사에 ‘결혼서비스업’을 처음으로 포함시켜 결혼서비스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세밀한 준비를 거쳐 내년에는 가격정보 종합 플랫폼인 ‘참가격’에 결혼 관련 서비스 가격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소비자원의 중점 사업으로 어린이 제품의 안전성 개선 과제를 선정한 만큼 어린이 관련 해외직구 품목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다소비 제품의 물리적 안전기준 강화에 집중할 것이다. 영유아와 아동용 상품에 대한 품질 시험 비교 정보를 제공해 부모의 현명한 소비를 돕고, 생애주기별 위해정보를 분석해 어린이의 연령대별로 필요한 맞춤 정책 발굴과 일상 속 안전문화 확산에도 힘쓸 계획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 정책의 각 기능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륜지대사를 앞둔 젊은 세대의 고민에 손을 보탠다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곧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 다가온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학교마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할 수 있도록 결혼과 출산을 준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정책을 만들어 제안하고 추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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