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을 이 같이 표현했다. 최근 미국 정상급 여성 래퍼 카디 비를 비롯해 틱톡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까르보불닭) 영상이 인기를 끌자 외신은 불닭볶음면 시리즈 탄생을 주도한 김 부회장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전세계 수백만명이 2017년에 수입된 삼양식품 제품(까르보불닭)에 매료됐다"며 "지난 1월 까르보불닭 구글 검색량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초 틱톡에 올라온 33초짜리 영상에서 어린 소녀가 생일에 까르보불닭을 받고 기쁨의 눈물(tears of joy)을 흘렸다"며 "모든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손에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까르보불닭 열풍에 외신은 불닭 수출 신화를 쓴 김 부회장을 조명했다. 1964년생인 김 부회장은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 며느리이자 오너가 2세 전인장 전 회장 배우자다.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온 김 부회장은 결혼 후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아이들 엄마였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 전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을 식품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한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이 2010년 당시 고등학생 딸과 산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 명동 불닭집 앞에 사람이 붐비는 걸 본 김 부회장은 곧바로 근처 슈퍼마켓으로 가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 연구소와 마케팅팀으로 보냈다.
김 부회장의 매운 맛 전략은 적중했다.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뒤 많은 유튜버가 먹방에 나서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K팝 스타 BTS와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4% 증가한 8093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8000억원 돌파는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도 라면만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이것을 제품으로 개발하면 어떨까'였다"고 말했다. 최적의 맛을 찾는 데는 몇 달이 걸렸다. 식품개발팀은 개발에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