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 난제 속에 회복 기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통화·재정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속출하는 가운데 미국보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입 등 다소 과감한 해법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22일 아주경제신문은 국내 경제 전문가 7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신3고의 원인과 대책 등을 진단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강(强)달러와 유가 반등에 따른 고환율이 겹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환율과 유가 충격에 물가 우려가 커졌다"며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미국의 성장세가 좋아 사실상 어려울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물가와 환율 충격은 시장이 흡수할 수 있지만 금리가 내려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환율·물가 안정을 전제로 미국에 앞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1200원 선에서 안정된다면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물가 하락이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론도 있다. 우석진 교수는 "한·미 금리 격차가 큰 상황과 국내 물가 오름세를 감안하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도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환율은 일단 숨고르기…중동 위기·美 경제지표 '복병'
올 들어서만 7% 이상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5.9%) 때보다 높은 상승 폭을 보인 원·달러 환율은 일단 숨고르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데다 외환 당국이 구두·실질 개입에 나서면서다. 다만 미국 경제 지표가 환율을 다시 자극할 수 있고 중동발 리스크도 사그라든 건 아니다. 특히 강(强)달러에 맞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는 식의 환율 방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400원선을 지키기 위해 달러를 지속적으로 매도하면서 외환보유액은 석 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에 직면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달러를 팔고 원화를 매입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외환보유고가 계속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외환시장 안전판으로 불리는 통화스와프 체결 요구가 확산하는 이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과 일본이 (환율 방어) 공동 대응에 나선 데 이어 (한·일) 통화스와프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이런 움직임을 통해 환율 불안정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의 원화 가치 급락에도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후반에서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고환율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1300원대 중반 정도로 다시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물가안정·취약계층 지원 급선무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과서적으로 얘기하면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가 동반된 상황이니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신3고 현상은 더 오래 지속되고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수급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석 실장은 "(중동 지역의) 확전에 대비해 에너지 등 각종 자원의 수급 안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비축 자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뿐 아니라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전 재정 기치에 매몰되지 말고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지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우석진 교수는 "대기업 위주의 조세 지출(세금 감면)을 하다 보니 총수요가 강해져 서민들이 힘들어진 것"이라며 "재정정책 조합이 굉장히 나빴던 만큼 이제라도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새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