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검은대륙 열 'K-황금열쇠' …기술인재를 키워줘라

2024-04-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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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교육의 목적을 간단히 두 가지로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인간(Human Being)이 인적자원(Human Capital)으로 전환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낮은 수준의 인적자원 개발은 취약한 교육제도 및 환경에서 기인하며 발전을 더디게 해왔다. 아프리카의 15세 이상 인구의 문해율은 67.4%로 인구의 약 3분의 1이 글을 알지 못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이 80%의 문해율로 가장 높으나 아직도 20%는 문맹이다. 우리나라는 빈약한 자원과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인적자원 개발로 경제 발전을 이뤘다. 우리나라 인적자원 개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대(對)아프리카 교류협력에 대해 살펴보자.
 
빈약한 교육 인프라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약 14억5000만명(2024년)으로 중국 및 인도의 14억명보다 많다. 인구 성장률 2.5%(2022년), 2023년의 신생아 수가 4,640만명에 달했다. 30세 미만 젊은 층의 인구 비율이 70%를 차지하며 약 40%가 14세 미만이다. 취학연령 인구가 늘고 있어 지속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는 점이다. 교육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학교의 시설, 교과서 및 교재, 교육용 기자재 등 하드웨어 및 교육의 질, 교수법, 교사의 질적 수준 등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포함한다. 대부분 아프리카 정부는 재정이 어렵고 교육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교육 인프라 투자가 빈약하다. 초등교육의 취학률은 거의 100%에 이르나 중도 탈락률이 높다. 특히 여학생의 중도 탈락률은 남학생보다 높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 6~11세 아동의 20%, 12~14세는 30%, 15~17세는 60%가 학교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넓은 경작면적이 있음에도 식량안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농업 생산성이 낮아 매년 식량 수입에 엄청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농업 분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경작 여건이 불리하다. 중등 교육과정 중 기술교육훈련(TVET·Technical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은 숙련된 기술자를 양성하여 산업인력을 공급하게 되지만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TVET 기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직업훈련에 필요한 교육훈련 시설은 부족하고 직업훈련 교사가 신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대부분 오래된 기술을 습득하게 되며 변화하는 산업기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산업의 기술인력 수요와 TVET 기관 간 기술의 불일치(Mismatch)가 존재한다.
고등교육에 있어 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대학 진학률은 9.4%^에 불과하다. 이는 서남아시아 국가의 15%, 남아메이카의 36%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고급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관련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교육이 모자란다. STEM 분야 교수진의 질적 우수성과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서 새로운 교과과정의 개편 및 도입, 과학기술 발달에 부응하는 교수법 등의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 역부족이다.

국제사회의 대아프리카 교육협력
교육 분야는 2015년부터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 17개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 네 번째 목표가 된다. 교육은 빈곤퇴치, 일자리, 거버넌스, 불평등 해소 등 여러 SDG 목표와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유엔, 각종 원조기관, 민간단체 등이 오랫동안 아프리카 인재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아프리카의 초·중등 및 고등교육 기관의 설립, 교재 및 기자재 공급, TVET 기관 설립 및 지원, 대학 설립 및 운영 지원, 교사의 재교육 과정 지원을 해 오고 있으나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다.
2011년부터 우리나라는 UNESCO와 공동으로 BEAR(Better Education for Africa’s Rise·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더 나은 교육)이라는 주제로 아프리카의 기술인력을 양성 특별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를 지역으로 나누어 처음 5년간 남아프리카 지역의 보츠와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라위, 나미비아 및 잠비아 등 5개 국가의 TVET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교육훈련의 질적 향상 및 양적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2017년 이후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등 동부아프리카 5개국을 대상으로 BEAR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UNESCO의 축적된 지식과 우리나라의 경험을 결합하여 효과적인 기술 인력 양성제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BEAR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에 제공된 여러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아프리카 교육 분야 발전의 주안점
아프리카의 교육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정책, 사회의 교육 환경 조성과 학교교육 환경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첫 번째로 교육정책은 국가의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초·중등, 고등교육과 직업훈련 교과과정의 방향 설정에 주안점을 둔 교육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초등교육 정책에서는 교과 과목과 이수 조건, 향후 재능 있는 학생들의 발굴 및 미래 인재의 특성화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STEM 교육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직업교육훈련(TVET) 제도의 확립으로 일자리 창출이 용이하고 산업에 근간이 되는 기술인력 공급 정책도 중요하다. 대학교육 정책은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분야별 고등교육 교과과정 및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로 사회의 합리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다. 가정 단위의 교육 환경 조성은 일정 수준의 지속적인 가계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 10세 전후의 초등학생부터 가사일로 중도 탈락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인 컨센서스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의 배타적인 인식도 바뀌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교육열을 높이도록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학교 교육 환경의 향상이다. 초·중등 및 고등교육과 직업훈련교육의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중등학교 진학률은 늘고 있으나 교육 환경은 열악하여 질적 수준이 낮다. 교재 및 교육 기자재의 부족과 교사의 재교육 제도가 부실하다. 재원이 부족하고 교사들의 소득이 타 업종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아 교사의 수준이 뒤떨어진다. 인구 증가에 따른 늘어나는 교육 수요 증가나 급변하는 기술 수요에 적합한 인재의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

아프리카 인재 개발은 아프리카 도약의 기반이 된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넓은 경작 가능 면적 등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은 10개 국가 중에서 아프리카 국가가 6개 포함된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장기간 지속 성장이 가능하게 한 것은 일부 국가의 인재 양성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직접투자가 늘고 있는 동부아프리카 국가들은 적극적인 TVET 정책과 효과적인 투자 유치 정책의 조화로 가능했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자연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인구는 1억명이 넘고, 건조한 기후로 농업 발전에 지장이 있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재정에서 교육 분야에 15%를 지출할 정도로 적극적인 교육정책과 TVET 분야 활성화로 가능했다. TVET 기관 설립이 늘고 교과과정을 개편하여 수시로 바뀌는 새로운 기술을 훈련하는 데 노력한 결과로 수많은 기능인력을 양성해왔다.
 
우리나라의 對아프리카 교육협력의 방향
아프리카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는 산업화를 가속화하여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득 증가는 빈곤 감축으로 이어지고, 교육 환경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교육협력 방향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TVET 교류 활성화다. 산업화를 위한 숙련된 기술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BEAR 프로젝트는 큰 의미가 있어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두 번째는 초·중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류다.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초등교육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도록 해야 한다. 교재 및 교육기자재의 공급, 교사의 재교육 제도를 확립하고, 미취학 아동에 대한 교육제도의 지원도 의미가 있다. 세 번째는 고등교육기관의 교류 활성화다. 아프리카 대학은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위한 교류를 늘리는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 및 이공계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류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수진이 참여하여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아프리카 대학의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공계 고등교육을 위해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며, 우리나라 대학의 협력은 아프리카 대학의 연구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맺음말
아프리카의 대륙 면적, 인구 규모, 부존자원 등을 고려하면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다. 낙후된 원인 중 하나인 인적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은 아프리카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앞선 교육 분야 발전 경험을 공유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준비하여 21세기 AI, 빅데이터, 로봇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비하여야 한다. 2024년 6월 초 ‘한·아프리카 특별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류협력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아프리카 인적자원 개발 분야의 교류협력 확대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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