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에 선명한 빨간불이 켜졌다. 4·10 총선에서 '108석 획득'이라는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참패를 기록하면서다. 윤석열 정부는 사상 최초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감내해야 할 정권이 됐다.
당정은 민심 이반을 정면에서 목도했다. 선거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했고, 당은 이번에도 다시 비대위를 꾸려 새 판을 짠다는 구상이다. '비대위의 비대위'가 과연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선거 후 첫 공식 일정부터 여당의 초조함이 드러난다. 15일 4선 이상 중진 13명이 머리를 맞댄 간담회에서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로 구성의 가닥을 잡았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로는 '6말7초'(6월 말, 7월 초)가 거론됐다. 108명의 예비 의원을 한 곳에 불러들인 16일 당선자 총회에서는 속도감을 한층 더했다. 늦어도 6월 내 전당대회를 신속히 열어줄 만한 '실무형 비대위'를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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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비대위의 절대 강령은 '빠르고, 묵직하게'다. 분위기 수습이라는 중책을 짊어짐과 동시에 제대로 된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안정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 비대위의 어깨가 무겁다. 만약 이 과정에서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생존 위기에 봉착한 보수 진영이 설자리조차 잃게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비대위 수장 후보군으로는 현재 당 대표 권한대행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비윤(비윤석열)계' 나경원, 안철수 당선자 등이 언급된다.
집권여당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외부에서 당을 흔드는 손'이 지나치게 강력하거나, 당이 주체성을 잃고 외부 충격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두 요소 모두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4년 전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도 103석을 얻어 '바닥'을 쳤다. 위기감에 휩싸인 보수 진영은 그해 6월 구원 등판한 김종인 비대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김 위원장은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 취임 전까지 당을 성공적으로 수습했다. '30대 0선' 이 대표는 당권을 넘겨 받은 뒤 중도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2021년 4·7 재·보선, 2022년 3·9 대선을 연달아 승리로 이끌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혁신형 비대위'를 준비해 당을 일신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인재가 그럴 만큼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또 혁신형 비대위를 위해선 '전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차기 국회 개원을 앞두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 진영 복원을 위해서는 당 자체 쇄신도 중요하지만,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강행,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총선 내내 여당을 괴롭혔던 '용산발 변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용산 대통령실이 설정한 정책 방향과 기조는 옳지만, 그것을 수행한 당과 정부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것으로 읽히는 메시지만 있었다.
한편 여론조사꽃이 4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54.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CATI) 방식과 무선(100%) RDD 활용한 ARS조사로 진행됐다. 전화면접조사(CATI)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 14.7%다. ARS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 3.1%다.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인구 기준 가중치를 부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