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총선 이후에도 좀처럼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침묵 모드로 돌입하면서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제시해 달라는 일관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의·정 갈등은 의료계와 시민사회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예정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중수본 브리핑이 열리지 않은 건 지난 9일부터 8일째다. 복지부 관계자는 취소 배경에 대해 "새로운 안건이나 추가로 새롭게 드릴 말씀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침묵 모드 속에서도 의료개혁은 변함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은 고수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해서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의·정 갈등은 의료계와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5일 논평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사 본분은 뒷전인 채 오직 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입장을 관철하려는 유아독존적 사고의 극치"라고 의료계 집단행동을 직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다음 날 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시민단체는 책임 없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만 한다"면서 "시민단체가 주장한 정책이 처절한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에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들을 수십년간 봐 왔다"고 했다. 이어 "과연 경실련은 '순수 시민운동단체'가 맞느냐" '꿀 빠는 자리에서 한자리 해보려는 야심가 꿈나무들 양성소'가 아니냐"고 힐난했다.
한편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489명으로 전주와 유사했다. 반면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414명으로 지난 5일보다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를 꾸준히 강화하는 동시에 이달 종료 예정이던 지원사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도 개소했다. 전공의 현장 이탈로 인한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직한 의사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