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중국 비관론? 한국 "기술력"이 더 문제다

2024-04-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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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돈은 감정이 없다. 돈 되면 친구이고 돈 안되면 바로 남이다. 한·중수교 32년, 한국은 중국이 친구인지 남인지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마저도 탈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반도체 빼고 다른 산업에서는 다시 협력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전략으로 돌아섰다. 
디리스킹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2023년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고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이 다음으로, G7정상회담에서 언급되면서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대중전략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고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2023년에 한국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냈다. 그래서 첫 경험이라 충격이 큰 탓도 있지만 서방의 중국 위기론, 중국 비관론이 한국에 더 과도하게 먹히는 경향이 있다.
2023년에 한국에서는 대중적자가 나면서 중국에서 다 털리고 나왔고 중국에는 다시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중국에서 돈 번 사람은 없고 모두 망한 사람만 있다. 정말 한국은 중국에서 번 것이 없는 것일까?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은 중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가 7065억 달러나 되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1조302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30년간 6269억 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30년간 흑자를 냈지만 일본에서는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30년간 흑자 내다 한해 적자가 나면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축소시킬 대책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텐 데 한국은 지난 1년간 중국위기론만 반복했지 반격의 방안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중국의 경제상황은 중국에서 퇴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 기업 기준으로 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자동차,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화장품업체들은 모두 중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 테슬라, 스마트폰의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슈퍼마켓 월마트,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는 중국에서 공장 문 닫고 점포 철수한다는 얘기가 없다.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중국은 2023년에 자동차를 3005만대나 샀고 잘나간다는 미국은 1613만대를 사는 데 그쳤다. 전 세계 대표적인 명차, 벤츠의 2023년 판매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7%, 미국은 14%에 그쳤다. 중국 소비가 최악이라는데도 2023년 전 세계 명품의 37%를 중국이 샀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 전에는 해외에서 명품 구매가 60%였지만 2023년에는 중국 내 명품 구매가 58%로 높아졌다. 한국면세점이 죽을 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중 간의 교역에 있어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 기술력이다. 과기부가 2024년 2월 발표한 주요첨단산업에서 미국 대비 기술격차를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은 2022년에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수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무시하다 당했다. 중국이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지금 미국 역시 중국을 무시하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아 정신이 번쩍 들어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시와 비관론이 과하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 정확한데 한국은 퇴출한 한국 기업의 시각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분노의 눈으로만 중국을 보기 때문에 중국의 실체를 과소평가한다. 한국은 중국의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수치조작 아니면 버블이고, 낮게 나오면 경제위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경제데이터를 감정 실어 보면 실수한다.

2023년 8월 중국의 1위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부도난 이후 한국에서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넘쳐났지만 아직 중국에서 국가부도 났다는 얘기는 없다. 2023년 중국GDP성장률은 5.2%로 인도 빼고,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을 했는데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부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31년 동안 4번 있었다. 2023년 들어 2분기부터 5번째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률이 나왔다. 지속기간을 보면 역대 2번째로 긴 3분기 연속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다.

그래서 2023년 8월부터 중국 정부는 3년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에서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틀었고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4년 경제는 성장을 최우선 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정책을 내세우고 재정, 금융,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월까지 경제지표를 보면 투자 중 부동산 투자만 (-)이고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로 전환했다. 3월 수출이 다시 (-)를 보였지만 이는 2023년에 역대 최대수출을 했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이 2024년에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던 외국 IB들 중 가장 먼저 골드만삭스와 씨티가 중국의 성장률을 5%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 중국의 1990년 이후 온 다섯 번째 경제위기를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것인지, 다시 회복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의 정치적 언급에 맞장구만 치다 가는 실수하는 수가 생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스마트폰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 답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첨단기술 다 빼라는데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공장을 더 증설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 뺄 생각이 없고 스타벅스는 매장 철수할 계획이 없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반도체장비의 세계 최대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은 고장 난 시계처럼 '중국위기론'만 반복할 것이 아니고 세계 최대시장을 다시 공략할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중국위기론'보다 '한국위기론'이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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