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42만2000대가 팔렸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51.3%의 기록이다. 같은 기간 북미 시장은 17.6% 증가한 26만6000대(점유율 32.3%), 아시아(중국 제외) 시장은 8.8% 증가한 9만8000대(11.9%)로 유럽 시장보다는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 시장의 선전은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현지 업체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에는 유럽 최초의 배터리셀 업체 노스볼트가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현지 전기차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오로라(Aurora)에 따르면 2030년 유럽 배터리 시장의 투자 규모는 300억 유로(약 44조원), 2050년에는 800억 유로(약 11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의 첫 유럽향 수주로 국내 배터리 소부장 업계의 현지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노스볼트로 추정되는 유럽 배터리 회사와 6년간 9조2400억원 규모 양극재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 양극재 회사가 유럽 고객사와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양극재 공급 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30년 말까지 17만6000톤(t)에 이른다.
노스볼트는 스웨덴 셀레프테오에 유럽 최초 배터리셀 공장을 지었으며 2021년부터 연간 16GWh(기가와트시)를 목표로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며 북부 하이데 지역에 신공장에서 연간 60GWh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스볼트는 향후 추가 투자 등으로 2030년까지 유럽 내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럽 배터리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모두 57%, 중국 기업들이 4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목표로 볼 수 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배터리 소재의 유럽향 매출은 폴란드와 헝가리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 물량에서 나온다. 유럽 배터리 산업에서 노스볼트와 같은 신생 업체의 생산 능력 확대와 중국 배터리 업체의 추격으로 국내 소부장 업체도 고객사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한국 고객사 물량에 대비해 3827억원을 들여 헝가리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유럽 전기차 수요가 약해 국내 배터리 업체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것보다는 중국과 유럽 배터리 업체의 추격으로 인한 한국 제품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라며 "노스볼트가 엘앤에프 이외에도 다른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업체와 거래를 틀게 되면서 이제는 소부장 업체의 유럽 진출도 크게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