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만 10억명에 이르는 인도의 총선이 19일부터 막을 올린다. 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 소속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독주가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 총선의 '대파 논란'과 같이 모디 총리의 발목을 잡을 일이 벌어졌다. 집권당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선거채권(electoral bonds)'에 위헌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워낙 집권당 지지율이 높아 이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야당 입장에서는 반격의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의 총선은 오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는 이번 선거로 연방하원(로크 사바) 의원 543명을 뽑는다.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오르고, 전체 의원의 임기는 5년이다. 총인구가 14억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국가로 올라선 인도의 올해 총선 유권자 수는 9억7000만명이나 되는 만큼 투표 기간도 44일이나 된다.
15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전국 각지로 100만개가 넘는 투표소를 설치하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옮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인도 총선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이다 보니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로도 불린다.
하지만 모디 총리가 3기로 향하는 길에 악재가 드리웠다. 지난 2월 인도 대법원은 '선거 채권'(electoral bonds)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선거채권은 인도중앙은행(SBI)이 발행하는 무기명 무이자 채권을 말한다. 이는 2017년 인도 재무부가 발표한 후 이듬해부터 실시된 것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SBI에서 구매 후 원하는 정당에 기부할 수 있다. 권종은 1000루피(약 1만6600원)부터 1000만 루피(약 1억6600만원)까지 다양하고, 채권을 기부받은 측은 15일 이내에 현금화 할 수 있다. 다만 기부 정당은 등록 정당이어야 하며 이전 총선에서 1%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곳으로 한정된다.
선거채권을 도입한 목적은 개인과 기업이 익명으로 정당에 기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치자금을 투명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무기명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부자와 정당 간 '대가성' 합의가 늘어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가 SBI를 통해 채권 거래 기록에 접근해 기부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따라서 인도 대법원은 이 제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제공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2월 결국 위헌 판결을 내렸다. 신규 채권 발행은 중단됐고, 그동안 기부금을 받은 정당은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했다.
공개 결과 선거 채권의 가장 큰 수혜자는 집권당이었다. 지난달 14일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BJP는 전체 기부금의 절반에 가까운 600억 루피(약 9848억원)를 받았다. 반면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기부금은 140억 루피(약 2251억원)에 그쳤다.
선거 채권 발행이 중단되면서 '돈줄'이 막힌 집권당은 반발했다. 집권당인 BJP 측 인사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선거 채권이 "선거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권 선거를 막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기존 제도를 옹호했다. 다만 현지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는 BJP 관계자를 인용해 '선거 채권' 발급 중지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