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전쟁의 불씨가 중동 전체,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에 따라 확전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진실의 약속(Operation True Promise)’이라는 작전명하에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 군사 시설이 다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공습해 16명이 사망한 데 따른 보복 공격으로,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그동안 중동 내에서 고조되던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공습에서 민간이 아닌 군사적 시설을 겨냥했고, 공습 후에는 "문제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확전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무함마드 레자 아쉬티아니 이란 국방장관 역시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에 대해 반격을 하게 된다면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고와 함께 확전을 피하려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의지를 내비치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습 후 "우리는 분명하고 단호한 원칙을 갖고 있다"며 "그것은 누구든지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들에게는 우리도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란 역시 이에 맞대응할 것이고 이 경우 그 여파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 국경을 맞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국 전면전 시 필연적으로 시리아와 레바논 등 인접국들도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중동 전역, 나아가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한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세력 헤즈볼라는 이란의 공습과 때를 같이해 이스라엘 방공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전 가능성을 감안한 듯 전 세계는 일제히 이란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 14일(한국시간 15일 오전)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담을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반격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관건은 이스라엘의 반응 정도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막스 에이브럼스 정치학 조교수는 이란의 공습을 '선전포고'라고 평가하며, "이스라엘은 상당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 국가정보위원회 근동지역 담당 부차관보 출신인 대니 시트리노비츠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중동 담당국장은 "중동은 아무도 원치 않는 전쟁의 위기에 서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제한적이고 특정한 방식을 통해 이란의 중대한 반응을 야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총선 후 첫 공개 일정을 갖고 '이란·이스라엘 사태'와 관련해 "우리 경제와 안보에 대한 상황 전망과 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점검해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한 대비책을 운용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우리 외교부는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현재 이스라엘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수는 500여 명으로 파악되며, 우리 국민 피해가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전에 재외국민보호대책반 상황평가회의를 개최해 우리 국민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 강화 조치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