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차이충신(회장)과 우융밍(CEO)은 드높은 용기와 지혜로 알리바바 미래를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알리바바 새 경영진의 리더십을 지원사격하며 알리바바가 건강한 성장 궤도로 돌아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10일 회사 인트라넷에 올린 장문의 서신을 통해서다. 지난 1년간 알리바바의 조직 개편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현 경영진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마윈은 이날 서신에서 지난 1년간 차이충신과 우융밍 체제 아래 알리바바 그룹 개혁과 혁신을 높이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3월 회사를 클라우드, 전자상거래(타오바오 티몰), 물류(차이냐오), 디지털미디어 엔터테먼트, 지역생활 배달 등 6개 사업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안을 공개하고 젊은 인재를 앞세워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했다. 1999년 알리바바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이었다.
하지만 분사 작업은 진통을 겪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 클라우드 분사 계획을 철회하는가 하면, 스마트물류 플랫폼 차이냐오와 식료품 마트 허마셴성의 기업공개(IPO) 신청도 철회한 것. 특히 핀둬둬 등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우융밍 CEO가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알리바바의 양대 먹거리를 모두 책임지는 등 잇단 인사 개편이 줄줄이 이어졌다.
어수선한 알리바바의 조직 개편은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결국 차이충신 회장은 앞서 3일 한 인터뷰에서 알리바바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알리바바가 고객이 누군 지를 잊어버렸다"며 "한때 세상에 하지 못할 비즈니스는 없다는 사명감으로 기업 바이어를 위한 플랫폼에 집중한 나머지, 오늘날 전자상거래 시장이 소비자가 주도하는 구매자 시장으로 변하는데도 알리바바는 소비자를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마윈도 이날 서신에서 "시대가 변하면 우리도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며 "용감하게 과거의 실수를 곧바로 인정해 바로잡고, 미래를 향해 개혁해 나가는 게 우리가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이유"라며 현 경영진 지원사격 했다.
그는 지난 1년 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KPI(핵심성과지표)를 쫓는 게 아닌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고객 가치 중심으로 되돌아온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가 '대기업병'부터 칼질해 효율과 시장 중심으로 회사 의사 결정 구조를 더욱 민첩하고 간소화했다고도 했다. 또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젊은 청년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고 필요 없는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하는 등 취사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윈 창업주가 장문의 서신을 통해 알리바바 그룹 경영진을 지원사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장 반응이 나온다.
마윈은 약 3년 전인 2020년 10월 산하 금융회사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며칠 앞두고 고위 당국자 앞에서 금융 규제를 비판한 적이 있다. 이것이 방아쇠가 돼 IPO는 결국 불발됐고, 그 이후 마윈은 수년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실상 침묵을 지켰다.
최근 알리바바 실적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핵심 사업부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데 그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순익은 36% 감소한 225억 위안에 그쳤다.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현재 약 74달러로, 2020년 최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에 머물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