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구조개혁 등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이 추진력을 잃게 됐다.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시도했던 정부 R&D 사업은 국내 R&D 사업에 방점을 둔 야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온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통신업계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중앙선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정책공약집을 보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R&D 공약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여당과 궤를 같이 하는 정부 R&D 정책은 야권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간 글로벌 협력에 방점을 찍고 대형 R&D 과제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 편성도 글로벌 R&D에 중점적으로 집행할 것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공약은 대체적으로 신진 연구자·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국내 R&D 발전에 역점을 뒀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세부 공약은 달라도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대전제는 양당이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양당의 정책공약집을 보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저가요금제 출시 △신규 이동통신사의 시장 안착 지원 등을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데이터 선물하기·이월 등 이용자 중심 데이터 활용 제도 추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관련 공약으로 제시했다.
ICT업계 관계자는 "여권 참패로 정부의 힘은 빠질 수 있으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방송심의위원회나 국회상임위원회 구성원 변화는 주목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총선 공약에서 방심위 역할론에 대해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방심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였고, 민주당은 방심위 독립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중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범정부 차원의 AI 산업 육성에 속도가 날 가능성은 클 전망이다. 양당 모두 AI 육성에 대해서는 양당이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AI 강국이 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기술개발·인재 양성·차세대 생성 AI 등 미래 유망분야 도전 연구 △AI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제고 △국민 체감 높은 분야 AI 확산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AI로 '세계 디지털 경제 게임체인저 코리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세부적으로 △AI 기술 중심의 전문 벤처·스타트업 등 활성화 △AI 기술 구현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AI·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 △AI 기술 인재 양성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