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하나) 중 4개사(66%)에서 잔액 실적이 고꾸라졌다. 취급 잔액이 가장 많은 신한카드는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 잔액으로 3조5238억원을 기록해 전년(4조955억원)보다 5716억원(14%)이 줄었다. 이어 KB국민카드가 같은 기간 4343억원(13.65%) 줄었고 △우리카드 -2276억원(19.3%) △삼성카드 -1266억원(22.6%) 순이었다. 이로써 6개 카드사의 잔액(9조6387억원)은 1년 새 10% 가까이 빠졌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첫 역성장이었다.
카드사 할부금융 시장이 10년 만에 역성장한 배경에는 고금리가 있다. 과거 2%대 초반이던 여전채 금리가 5%에 육박하는 등 조달비용이 급격히 뛰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도 배로 뛰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맞물려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고, 금융권 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건전성 관리도 공격적인 영업을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카드사 업황 부진에도 할부금융이 주업인 캐피탈 업계 역시 마냥 웃을 수 없다. 회사별로 잔액 성장의 희비가 엇갈리면서다. 국내 자동차할부금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캐피탈의 잔액(17조55억원)은 현대자동차 판매 호조와 함께 11.1% 성장했다. 2위 르노코리아 전속 할부금융사인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잔액(1조1299억원)은 같은 기간 28.9% 급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전속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9958억원) 역시 1년 새 2.4% 역성장했다.
영업환경의 악화는 더욱 심화 중이다. 카드사보다 조달 환경이 더욱 어려운 캐피탈사이기에 자동차 할부 금리도 통상 높을 수밖에 없어 캐피탈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년 전 카드사 잔액은 할부금융의 1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40%를 웃도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계까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진출도 선언한 상황이다.
올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점차 뒤로 밀리고 있어, 위축된 시장 상황이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높은 금리 탓에 소비자들이 느낄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앞으로 시장 경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 더욱이 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장이 단기간 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