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소재 A유리는 1940년부터 유리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현재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04년 창호 시공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A유리는 최근 명문장수기업에 신청했다. 정책자금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수출 및 산업기능요원 선발 등 정부 지원사업에서 우대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 넘게 유리 제조 산업에 종사한 A유리는 탈락했다. 창호 시공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 50%를 초과해 주된 업종이 건설업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엄격한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업종 제한 기준으로 신산업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62조의4(명문장수기업의 요건)에 따르면 명문장수기업은 건설업, 부동산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이다.
부동산업, 금융업 등은 경제·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고, 오랜 시간 기술력을 키워 산업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건설업과 금융업, 보험업 등은 대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소·중견기업 성장 롤 모델을 제시하는 명문장수기업 취지와 맞지 않다고 빠졌다.
명문장수기업은 국내 업력 45년 이상 기업(1만4292개사)중에도 0.3%에 불과하다. 중기부 역시 명문장수기업 업종 제한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2년 가까이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자칫 사회적 기여가 없는 기업이 사업체의 이익을 위해 명문장수기업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엄격한 명문장수기업 업종 제한으로, 오히려 제도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융합이 활발해지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나 혁신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명문장수기업 신청 대상에 포함될 자격조차 없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복수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경우에는 경영환경에 따라 업종 간 매출 비중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A유리 사례가 더는 없도록 동일 업종 유지 요건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